섬에 있는
서점
첫 만남이 개떡같아도 궁하면 사랑은 이루어진다?
출판사 영업사원인 여자 <어밀리아
로먼>과 앨리스 섬에서 부부가 서점을 열었고 지금은 상처하여 개성 없지 않은 <에이제이
피크리>가 최악의 만남에서 출발하나 우여곡절 끝에 합친다.
처형,
처형의 남편이자 친구, 경관인 친구와 뜻밖에 입양한 딸과
더불어 스토리는 절정이다.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구경하다 이 책을 놓쳤고, 그제 다시 발견하여 집으로 모셔두고
밤과 오늘 낮 동안 읽었다. 경음악으로 지금 흐르는 곡은 stand by your man…
마치 <어밀리아>가 마음으로
품어주었던 <에이제이 피크리>를 위해 부르는 노래
같다.
아쉬운 건 리뷰나 표지에 쓰인 걸로는 아주 대단한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리라 한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혹시나 에서 역시나 로 급전직하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복선을 파헤치며 신경 써야 하는 부담을 내려놓고 읽으며 훈훈한 마음을 담기에 적합하고 비극적인 요소가
전혀 없어 따사로운 햇살아래 찌든 마음을 말린다고 해야 할까.
해서 이 소설은 우울할 때 마주하면 치료가 되는 약이다.
솔솔 피어 오르는 생각.
세월 거슬러 광안리 바닷가 거닐며 소박한 꿈이 있었다. 당시에
직장생활 접고 나서 여기서 책방 열고 싶다. 해변을 찾는 연인들을 타깃으로
시집을 팔고, 책 고르기 쉽지 않은 이들에겐 책 추천도 해줄 것이다. 그리고 책 속에 파묻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배필은 그러라 하였다. 가정경제 잘 꾸려 애들 장가보내고
나서 노후를 그렇게 보내자며.
그런데 광안대교까지 번듯하게 들어서고 애초에 섬 없었던 그 바다는 변함없는데 그때 실리던 물살은 이미
우릴 떠났다.
“혼자살이의 고충은 자기가
싸지른 똥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는 점이다.”
정곡을 찌른다.
선의를 품은 동네 사람들- 이를 줄여 “선동사”.
옮긴이의 지혜가 번득인다.
”어떤 놈은 책을 훔쳐
가고, 어떤 놈은 아기를 두고 가고” 폭소를 터트리게
된다.
“그것은 죽도록 술 마시고
장사를 말아먹겠다는 그의 계획을 정면으로 가로막았다.”
좋은 서술.
“목적 없이 길을 떠나는
사람은 없다. 방황하는 자에게도 방황하고자 하는 소망이 있는 법.”
“좋은
결혼이란, 적어도 한 부분은 음모로 이루어진다.”
서점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도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데 한국에선 의미 없게
되었다.
동네서점은 완전히 도태되고 인터넷위주 대형서점 뿐이다. 서면 영광도서가 그나마 인간적인
부산의 서점쯤 되려나. 그리곤 몇 군데 중고서점들(예스24, 알라딘).
보수동 책방골목도 경쟁력이 없다. 이 소설의 소재처럼 동네책방은 아예
존립근거가 없는 추억의 서점이 되어버렸다.
가망 없게 된 남편에게, “난 당신을
좋아해. 당신에게 길들여졌어. 당신이 내
남자라고. 이 바보야.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없어.” 어린 왕자와 호밀 밭을 거닐고
있을 여우가 아련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