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너무 몰랐다.
근래 은퇴하여 여가선용이 본업이 된 매제의 요청으로 5권을
구입해주었고, 그 중 한 권을 선물 받아 읽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저자에 대해선 호 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줄 안다.
일찌감치 불교경전과 기독교 성서를 해설하기도 하고 동서양 철학을 논하기도 했다.
일각 학자들로부터는 정통이론가가 아니라며 폄하받기도 한다.
이명박 시절엔 부당하게 TV 공개강의를 제지한다고 시위하기도
했던, 괴짜 같은 분이라 할까.
난 이 책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나 변함없이 호감 갖는 분이다.
지난
4월3일 전후 쯤이다..
서면 영광도서 들리는 길에 맞은편 충무김밥집에서 식사하는데 마침 방송에서
제주 4.3관련 뉴스가 나오면서 일하는 두 분의 말씀을 들었다. “제주도 빨갱이들이 반란을 일으켜
양민들이 죽은 건데 장관이 와 사과하노?
정권 바뀌더니 다시 빨갱이세상이 되나 보다.”
그땐 현기영 소설가의 <순이삼촌>을 읽은
후였고 제주4.3 사건에 충격 받았을 때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느냐고 화가 나서 큰소리로 물으니 조금 전 다녀간 중년손님들이
그러더라며 날 이상하게 보았다. 그래서 한마디 하고 나왔다. “보세요, 지금 어떤
세상인데 빨갱이 세상이 된다고 합니까.
그 작자들 태극기부대 아닙니까? 좀 알고
말하시고,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그 후 읽은 존 스타인백이 쓴 <분노의
포도>에서 빨갱이가 등장한다.
1930년대
세계대공황기이자 가뭄으로 거듭된 흉년에 담보물로 잡은 농토를 날리고 동부에서 서부 캘리포니아로 일자리 찾아나선 농민들이 겪는 고초를 다룬 내용의
소설이다.
“망할 놈의 빨갱이들이 이
나라를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가 이 빨갱이 놈들을 몰아내야 한다.”
“우리가 시간
당 25센트를 주겠다고 할 때 30센트를 달라고 하는 개자식들이 다
빨갱이야!”
있는 자가 그의 부를 지키고 더욱 키우기 위함에 방해요소는 일단 빨갱이인 것이다.
현재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심지어 제1야당에서도 이런
기조 하에 국민을 설득하려 하고 태극기부대의 메인 메뉴 이다.
리뷰가 옆길로 한참 새는 중이다.
해방정국을 설명하는데 명료하면서 지금껏 들었던 가방 끈에서는 알지 못한 내용들.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 편에선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해방은 되었으나 엄밀히 독립이 아니었다는 점, 주체적 역량이
없었고, 권력의 공백을 초래하였고, 이념의 갈등과 혼란을 가져왔다는
해방의 아이러니….기존 사학자들은 이런 시야가 없었나?
고종을 겁박한 천주교회가 제주도에서 행한 교폐와 6.25를 전후로 이승만을 등에 업고
날뛴 서북청년단은 어찌 그리 판박이 같은 느낌이 들까?
조병옥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제주도민학살을 주도한 박진경의 장례가 대한민국육군장 제1호로 기록되고
충혼비와 동상이 아직 버젓이 건재한 사실은 뭔가?
단재 신채호의 말씀. “이승만은 이완용보다 더 큰
역적이다. 이완용이는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이승만 이놈은 아직 우리나라를 찾기도 전에 팔아먹은
놈이다!”
온전한 마음을 가진 시민이라면 한국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을 직시하여 사실을 알고, 두 번 다시
어리석은 역사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같은 기조로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