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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트 -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
제레미 모로 지음, 박재연 옮김 / 웅진주니어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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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복사 및 사용을 금지해 주세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알리트 어느 작은 개구리 이야기 - 제레미 모로
이 책은 단순한 성장담을 넘어서, 한 생명의 탄생과 두려움 속에서의 성장, 그리고 생명의 거대한 순환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깊이 있게 그려낸 그래픽노블이다. 처음에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서정적인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지만, 책을 읽으며 점점 더 거칠고 잔혹하며 철학적인 세계가 펼쳐진다는 점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알리트’라는 이름이 산파개구리와 ‘풀리지 않는 매듭’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설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름일 뿐이었던 ‘알리트’가 수많은 위험과 선택을 거치며 자신의 이름 속에 담긴 의미를 깨닫고 결국 아버지처럼 알을 품고 옮기는 산파개구리로 성장하는 결말은 생명의 순환을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이야기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맞물려, 한 생명이 끝나도 생명은 이어진다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말이 거의 없이 그림과 몸짓으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작품은 서사적이면서도 묵시록과도 같다. 숲과 물, 빛과 어둠 속을 헤치며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의 힘과 연약함, 그 사이를 흐르는 자연의 질서와 폭력성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넘기며 숨은 디테일을 살펴보는 경험은 마치 자연 속에서 느끼는 듯한 깊은 몰입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두꺼운 양장본임에도 만화책 형식을 띠고 있어, 텍스트에 부담을 느끼는 독자도 자연스럽게 읽으며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깊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경쾌하고 생생한 시각 경험으로 다가오며, 여러 번 천천히 음미하며 생각하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는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청소년과 성인에게는 존재와 생태, 순환과 책임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을 안겨준다. 작은 개구리 한 마리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모두가 이 거대한 세계에서 어떤 존재인지 조용히 되돌아보게 된다. 깊은 이미지와 감정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그래서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울림을 주는 특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