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간소풍
- 목혜원 '
책을 다
읽고 나서 바로 드는 생각은, 잔잔하고 고요한 영화를 본 느낌 이였다. 22살의 은우는 지하철 2호선에서 사회 복무 요원으로 근무하며, 한
여자에게 반한다. 그 여자의 이름은 미란, 은우는 1년간 그녀를 지켜만 보다가, 마지막 근무 날에 그녀에게 처음 말을
건다. 하지만 그녀는 곧 결혼할 여자였고, 옛 사랑 현채를 보내지 못한 여자였다.
그럼에도
은우는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녀 집 가로등 아래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하고, 문 좀 열어 달라고 애원하기도 한다. 그런 은우와 미란은 현채와의
추억이 잠긴 곳을 찾아간다. 현채와는 결혼도 생각했지만 현채 부모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다. 그 후 현채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되는데, 미란은
현채의 결혼 후에도 만남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런 현채에게
미란은 은우를 결혼할 사람이라며 소개하고, 두 사람은 헤어진다. 현채와 헤어진 후 미란은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 하지만 그게 현채인지
은우인지는 모른다. 은우와 간간히 만나다 결혼식이 다가오고, 은우는 미란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신부대기실에
온 은우는 미란에게 말한다. 이제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러 갈 것이라고, 어머니가 위독하다고 말한다. 은우의 엄마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나서 가정을
버리고 떠난 사람이다.
미란에게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말만 남기고 은우는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 은우는 미란을 적극적으로 잡지 않는다. 미란 또한 결혼할 남자를 열렬히
사랑하지는 않지만, 지금 자신의 처지에서 만날 수 있는 최선의 남자라고 생각하고, 이제와서 결혼을 그만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4년 후,
파리에서 은우가 돌아온다. 파리에서 은우는 보영이라는 여자와 만난다. 보영은 미란의 직장 후배로, 미란이 은우에게 진짜 이름대신 가르쳐 준 가짜
이름이었다. 미란의 직장에서 보영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찾다 만난 연이 파리에서도 닿았는지 약혼도 할 뻔 했지만, 은우는 약혼을 하지
않는다.
보영에게서
미란의 이혼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은우는 미란을 찾아가지만, 미란은 다시 전남편과 재결합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심지어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지는듯 했다.
은우와
헤어지며 지하철 계단에서 눈물을 흘리던 미란은 망설이다 뒤를 돌아보는데, 은우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은
껴앉는다.
소설의
마지막에 이런 말이 있다. 눈발이 점차 거세졌으나, 푸근하였다. 객관적으로 볼 때 은우와 미란의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결혼할 남자인 동준을
두고, 현태에게 미련을 가졌었고, 은우와 만났던 미란, 결혼을 앞 둔 미란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은우.
그럼에도
은우는 미란을 적극적으로 붙잡지 않는다. 아니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붙잡지 못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앞 둔 여자이고, 정말 드라마처럼
결혼식장에서 미란의 손을 잡고 뛰쳐나온 다면, 그 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드라마라면 그럼에도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핑크빛 미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
두사람은 그러한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사실 답답했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하려는 미란도, 미란을 사랑함에도
너무나 담담해 보이는 은우도. 그런데 막상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과연 무슨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결혼 날짜를
잡고 청첩장까지 다 온 상태에서, 결혼을 포기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결혼하는 걸 알지만 거기서 무슨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4년만에
다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지만, 이미 그녀는 전남편과 재결합을 앞두고, 아이까지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서는 너무나 당연한다는 듯 오직 사랑 하나만 바라보고 행동한다. 결코 쉽지않은 그 행동들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당연시 여기고,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걸 답답하게 생각한 것이다. 담담하게,
조용하게 그렇지만 자꾸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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