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랑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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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가제본)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소설로 3D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다른 사랑』을 읽게 되었다. 책을 펼치기 전까지만 해도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마주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사랑이나 낭만적인 이야기를 예상해 보았다. 그러나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예상하고 상상했던 모든 것과 다른 사랑이었다.

이 책은 펼치는 순간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배경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인물이 느끼는 감각을 공유하는 듯한 생생한 서술은 자연스럽게 읽는 사람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럼에도 인물의 마음을 다 보여 주고 있지 않아서, 빠르게 술술 읽히면서도 문장 하나하나를 오래 곱씹고 고민하게 되는 어려우면서도 묘한 매력을 담고 있다고 느꼈다.

문장을 읽어 내리면서 때로는 먹먹하고 아릿하기도, 또 때로는 더 알고 싶고 다가가고 싶기도 했다. 서술을 통해 머릿속에 그려지는 배경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 속의 장소에서 온몸으로 여름을, 눅눅함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인물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스스로의 해석과 감상을 덧붙여 보기도 하고, 그저 감각하고 받아들이기도 하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단편 하나를 읽은 후였다.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었다.

인물이 의지했던 친절이나 인물을 살렸던 순간, 반대로 인물이 끌어안고 가려는 것과 바라던 것들을 마주했을 때에는 특히 끌림을 느꼈던 것도 같다. 때때로 오래 머물고 음미하게 되는 문단과 문장들을 만나기도 했다. 몰입한 채 내용을 따라가다 마침내 끝장을 덮고 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글자 하나하나를 곱씹고 생각하며 인물을 알고 싶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마음이 갔던 「이 모든」은 다른 이야기를 읽을 때보다 더 오래 머물고 곱씹게 되는 이야기였다. 인물의 행동과 선택을 오래 생각하다 보면 문득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를 받는다는 것이 그 사람을 사양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내는 일이라는 서술이 마음에 와닿았다.

지금까지 읽었던 그 무엇보다도 나와 다른 삶을 살아왔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감상이 궁금한 책이었다. 정식 출간 이후 새롭게 알게 될 정보와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하루 빨리 알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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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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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강렬한 표지와 특이한 구성에 이끌려 새해 첫 에세이로 읽어 보게 되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 중 첫 책으로 『나는 그대의 책이다』를 읽고 나니 다른 책들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낯선 형식에 대한 새로움과 신기함, 내용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흡입력 덕분에 여러모로 신선한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각 챕터마다 내지의 색과 서체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다른 책들과 다르다는 점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읽다 보니 이러한 구성이 오히려 각 세계를 분리하는 동시에 여행지를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신선했다.

『나는 그대의 책이다』는 제목이 그렇듯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 주는 느낌이 강하다. 처음에는 글로만 읽어 내렸으나 나중에는 눈으로 읽는 것뿐만이 아니라 귀로 듣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책이 안내하는 대로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가벼운 마음으로 책이 이끄는 세계로 여행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언가를 읽으면서 상상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나에게는 책이 풍경을, 주변을 글로서 보여 줄 때마다 어설프게나마 따라가기 바빴다. 그러나 책을 따라 여행하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세계가 아닌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이 나누어지는 호흡에 따라 글을 읽어 내리다 보면 나의 호흡도 이전보다 편안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정신이 없거나 쉬고 싶을 때, 일상이 어지럽게 느껴질 때에 『나는 그대의 책이다』를 읽는다면 잠시나마 평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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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하다 앤솔러지 5
김경욱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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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하다 앤솔러지는 전체적으로 표지가 잘 뽑힌 것 같다. 특히 이번 『안다』는 표지에 그려진 손이 꼭 책 속의 이야기들을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르게 보았을 때는 책을 읽게 될 독자를 안아 주는 것 같아서, 책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책을 펼치고,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낀 감상 중 가장 큰 것은 등장인물들을 꽉 안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들어 주고, 아픔을 감싸 주고 싶었다. 온기를 나눠 주고 싶었다. 반대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꽉 안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다』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짠한 구석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흘러가는 시간과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모두가 각자의 찡한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가며 남기고 간 흔적인 듯 모두가 작은 상처를 하나씩 달고 있었다. 그것이 책을 읽는 내내 등장인물들을 안아 주고 싶다고 느끼게 된 이유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안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안는다는 것은 '두 팔을 벌려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거나 그렇게 하여 품 안에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안는 행위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안는다는 것은 온기를 나누는 일. 서로가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 주고 마음을 살피는 일. 다정한 응원을 전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오래 쌓아 둔 감정이 있는 이들에게, 누군가와 온기를 나누고 다정한 안식처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살아가면서 한 번쯤 '안는 행위'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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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양장 특별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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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가장 처음 보았을 때의 감상은 예쁘다는 것이었다. 커버를 벗기고 나면 또 다른 느낌의 예쁜 표지가 나타난다. 표지와 제목만으로는 책의 내용을 예상할 수가 없어서, 책장을 넘겼을 때 읽게 될 이야기는 어떤 사랑을 얘기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책 속의 '그녀'는 예쁘지 않은, 못생긴 여자이다. 그리고 서술자인 '나'는 그런 여자를 사랑한다. 80년대의 서울을 배경으로, '나'의 시점에서 '나'의 삶과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나'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와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도 담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소설이 아니라 시를 읽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문단을 나누는 기준도, 타이밍도 종잡을 수가 없어서 마치 문단과 문장이 아니라 연과 행을 읽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이러한 서술 방식이 낯설었으나, 천천히 읽어 내리다 보니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이러한 방식이 그 순간에 표현하려는 감정을 가장 선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호흡을 조절해 주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1980년도에서도, 서울에서도 살아 본 적 없는 사람이기에 책에서 말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나가 버린 시대는 지금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이어서, 공감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분이었다. 다만 텍스트를 읽으면서 '나'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빠르지 않은 호흡으로 배우고 있는 듯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서서히 사랑을 보여 주는 것이 좋았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영화화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책을 흥미롭게 읽은 만큼,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해 낼지 궁금해졌다. 영화로 각색되어 나오는 이야기들은 영화와 책을 함께 접했을 때 그 내용을 더욱 깊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영화 『파반느』를 볼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기 전에, 또는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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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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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설을 『오래된 뜬구름』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찬쉐의 소설 중 가장 실험적이고 강렬한 작품"이라는 말에 어떠한 강렬함이 스며들어 있을지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고,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 강렬함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낯선 서술 방식과 축축한 분위기에 이상하게도 후각과 청각을 자극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 속에서 나타나는 감각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는 '읽는다'기보다는 '느낀다'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만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던 눅눅한 불편함 역시 이러한 독특하고 디테일한 문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뜬구름』의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감시하는 동시에 감시에 대한 불안을 겪는다. 이 책의 감시자들은 창살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뒤를 쫓고, 심지어는 나무에 거울을 매달기까지 한다. 타인을 염탐하는 것과 이러한 감시에 시달리는 것에 대한 묘사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이어진다.

나는 『오래된 뜬구름』을 읽는 동안, 지독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도 종종 인물이 꾸는 꿈에 대한 내용을 서술하기도 한다. 꿈을 꾸고 나면 기억보다는 실체가 없는 감각이 온몸을 뒤덮는 것처럼 이 책이 묘사하는 감각은 나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나 자신이 뜬구름 그 자체가 되는 듯한 감각으로 이끌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어지는 불편함과 혼란스러움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강렬한 감각을 남긴다. 중간에 독서를 멈춘다면 이 모든 감각들이 뜬구름처럼 희미해질까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을 수밖에 없었다. 텍스트를 통해 낯설고 모호한 혼란 속에서 지금껏 느껴 보지 못한 감각적인 경험을 체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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