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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양장 특별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가장 처음 보았을 때의 감상은 예쁘다는 것이었다. 커버를 벗기고 나면 또 다른 느낌의 예쁜 표지가 나타난다. 표지와 제목만으로는 책의 내용을 예상할 수가 없어서, 책장을 넘겼을 때 읽게 될 이야기는 어떤 사랑을 얘기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책 속의 '그녀'는 예쁘지 않은, 못생긴 여자이다. 그리고 서술자인 '나'는 그런 여자를 사랑한다. 80년대의 서울을 배경으로, '나'의 시점에서 '나'의 삶과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나'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와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도 담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소설이 아니라 시를 읽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문단을 나누는 기준도, 타이밍도 종잡을 수가 없어서 마치 문단과 문장이 아니라 연과 행을 읽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이러한 서술 방식이 낯설었으나, 천천히 읽어 내리다 보니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이러한 방식이 그 순간에 표현하려는 감정을 가장 선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호흡을 조절해 주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1980년도에서도, 서울에서도 살아 본 적 없는 사람이기에 책에서 말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나가 버린 시대는 지금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이어서, 공감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분이었다. 다만 텍스트를 읽으면서 '나'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빠르지 않은 호흡으로 배우고 있는 듯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서서히 사랑을 보여 주는 것이 좋았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영화화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책을 흥미롭게 읽은 만큼,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해 낼지 궁금해졌다. 영화로 각색되어 나오는 이야기들은 영화와 책을 함께 접했을 때 그 내용을 더욱 깊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영화 『파반느』를 볼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기 전에, 또는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