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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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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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슈발리에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생각납니다.

단 한 점의 그림에서 출발해 인간의 욕망과 예술가의 고독, 그리고 시대의 공기를 길어 올렸던 작가이지요.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붓 대신 유리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무려 500여 년의 시간을 품은 베네치아, 그중에서도 무라노 섬의 유리공예가 이야기라니요.

책을 펼치기도 전에 신비로운 분위기와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이번 작품 <글래스메이커>는 한 여인의 삶을 따라가며 베네치아 유리 산업의 흥망성쇠,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노동과 사랑,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직업을 돌아보는 소설이 아니라, 유리처럼 투명하지만 결코 쉽게 깨지지 않는 인간의 시간을 다룬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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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치는 단연 ‘시간의 왜곡’입니다.

주인공 오르솔라와 그 주변 인물들만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고, 세상은 500년이라는 세월을 성큼성큼 건너뜁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몇 장만 넘기면 작가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페스트가 휩쓸던 시대에서 코로나를 겪는 현대까지, 편지에서 전화로, 다시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로 이어지는 변화 속에서도 오르솔라는 여전히 유리 앞에 서 있습니다.

이 느린 시간 덕분에 독자는 베네치아 유리 산업의 긴 호흡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장인의 삶이 얼마나 오랜 축적 위에 서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솔직히 말해, 이렇게 긴 시간을 다루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능력은 역시 트레이시 슈발리에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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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만 보면 제법 두툼한 소설입니다.

하지만 읽는 동안에는 페이지가 아니라 유리판이 술술 넘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무라노 섬의 유리공방, 뜨겁게 달아오른 용광로, 장인들의 손끝에서 형태를 갖춰가는 유리들….

묘사가 워낙 생생해 마치 공방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답게 곤돌라가 오가는 풍경, 섬과 섬 사이의 미묘한 경쟁, 그리고 독창적인 유리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장인들의 집요한 노력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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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솔라는 그 시대의 여성에게 씌워진 편견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유리공예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만의 기법을 완성하고 결국 집안의 생계까지 책임지는 인물이 됩니다.

이 과정이 과장되거나 영웅적으로만 그려지지 않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성공의 순간보다 실패와 좌절, 그리고 다시 유리 앞에 서는 반복이 더 많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오르솔라의 성취는 더욱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에 끝내 완성되지 못한 사랑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한 여인의 삶을 통해 거대한 사회의 흐름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 작품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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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대학생 시절 배낭여행으로 베네치아를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바라보았던 물 위의 도시, 그리고 무라노 섬에서 보았던 유리공예의 신비로움이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다시 떠올랐습니다.

유리는 아름답지만 쉽게 깨질 것 같고, 장인은 고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숨어 있습니다.

오르솔라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장인이 된다는 것이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일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읽고 나서 한동안 유리컵 하나를 집어 들고도 괜히 오래 들여다보게 되더라구요.

“이 안엔 몇 년의 시간이 들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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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메이커>는 예술과 노동, 사랑과 시간이라는 다소 묵직한 주제를 유리처럼 맑고 섬세하게 풀어낸 소설이었습니다.

베네치아라는 도시가 지닌 매력과 유리공예라는 세계를 한 여인의 삶에 녹여낸 솜씨가 인상 깊었고, 읽는 동안 여러 번 감탄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조용히 오래 여운이 남는 소설을 찾고 계신 분들께 특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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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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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의 시간을 천천히 건너며 유리처럼 맑고 단단한 삶을 빚어내는 소설. 베네치아의 숨결과 장인의 열기가 생생하게 전해지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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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꾸 상여자의 벨기에 생존기 - 뜨겁고 치열하게 달린 17년
송영인 지음 / 꿈꾸는인생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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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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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때는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벽안의 외국인과 영화처럼 사랑에 빠지고,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는 차이를 ‘매력’이라 부르며 연애와 결혼까지 골인하는 장면 말이지요.

하지만 현실의 저는 내성적인 성격에, 외국인만 만나면 입이 얼어붙어 말을 잘 못하는 수준이라 국제연애는커녕 해외 로맨스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빠꾸 상여자의 벨기에 생존기>를 읽으며 처음 든 생각은 이랬습니다.

“아, 역시 로망은 로망이고 현실은 생존이구나.”

문화 차이는 설렘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불통이 되고 고립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아주 솔직하게, 그리고 꽤 유쾌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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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송영인 작가님은 어학연수나 해외 경험이라고는 전무한, 말 그대로 한국 토박이 유교 집안의 장녀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벨기에 드러머와 사랑에 빠지고, 무려 8,700km를 날아 ‘와플의 나라’ 벨기에로 이민을 가게 됩니다.

국제결혼 하면 흔히 떠올리는 집안의 반대, 문화 충돌 같은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노빠꾸’로 밀어붙이는 작가님의 태도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결혼 이후에 시작됩니다.

벨기에에서 언어를 배우고, 일자리를 구하고, 차별과 좌절을 온몸으로 맞닥뜨리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주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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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괜히 ‘노빠꾸 상여자’가 붙은 게 아니더라구요.

하나도 배우기 힘든데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를 배워야 하는 상황에서 혀가 꼬이든 말든 일단 부딪히고, 공장과 미국계 회사에서 차별을 겪으면서도 “그만둘까?”보다는 “어떻게든 버텨볼까?”를 먼저 떠올리는 모습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박물관 보안요원, 외국인관리청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학력에 비해 낮은 직급과 보수로 고생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특히 외국인관리청에서 ‘외국인인 내가 다른 외국인을 추방하는 업무’를 맡았다는 대목에서는 웃음기 싹 빠지고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이건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상상도 못 할 아이러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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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작가님은 벨기에의 학술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며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요, 엄마로서도 직장인으로서도 역할을 잘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고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책 속 에피소드들은 하나하나가 참 재미있고, 때로는 혈압 오르는 이야기들도 많지만, 결국에는 “그래도 웃고 가자”는 작가님의 긍정적이면서도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읽고 나면 묘하게 힘이 납니다.

환경이 문제라기보다는, 그 환경을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는 사람의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그저 멋지다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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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으며 저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해 보았습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다음에 움직이기보다는, 조금 부족해도 일단 한 발 내딛어 보는 용기 말이죠.

송영인 작가님의 벨기에 생존기는 국제결혼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한 인간의 성장기이기도 했습니다.

유쾌하게 웃다가도,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

요즘 마음이 나태해졌다 느끼시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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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생 공화국, 대만 - 대만을 알면 한국이 보인다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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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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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출장으로 대만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제게 대만은 영화 [청설], [나의 소녀시대] 같은 멜로 영화를 참 잘 만드는 나라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가보니 영화 속 감성처럼 도시 전체가 조용하고 깨끗해서, ‘아, 역시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이 된 단수이 지역을 걸어보기도 하고, 스린 야시장에서 끝도 없이 늘어선 먹거리에 정신을 잃을 뻔한 기억도 납니다.

펑리수를 사기 위해 유명한 가게에 들러 선물용으로 한가득 사 들고, 길을 헤매면 어김없이 친절하게 말을 걸어 주던 사람들 덕분에 마음까지 편안해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안문석의 <범생 공화국, 대만>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그래, 내가 알던 그 대만이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딱 범생, 딱 모범, 딱 성실.

좋은 의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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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대만 정부가 주관하는 ‘타이완 펠로우십(Fellowship in Taiwan)’ 프로그램을 통해 국립대만대학에서 약 7개월간 머물며 보고 느낀 대만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학술 보고서처럼 딱딱하게 대만의 역사와 문화를 나열하지 않고, 생활 속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방식이 재미있었습니다.

덕분에 읽는 내내 나도 저런 모습을 본 것 같아 더 몰입하며 볼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작은 풍경에서 출발해 대만의 역사와 사람들의 성향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글은, 대만을 잘 모르는 분들께도 부담 없이 다가옵니다.

중국과의 가슴 아픈 전쟁의 역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교류의 모습에서는 작은 나라가 선택한 실용주의의 단단함도 느껴졌습니다.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인데도 이상하게 술술 읽히는 건, 저자의 유머와 관찰력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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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대만 경제 이야기였습니다.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대만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TSMC가 있습니다.

아시아 기업 중 시가총액 1위, 대만 전체 수출의 약 12%를 책임지는 기업이라니 ‘대만의 수호신’이라는 별명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이 성공의 배경으로 인재 양성 시스템과, 그 시스템 안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짚어냅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반도체 분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그 인재들이 한 회사에서 꾸준히 역량을 쌓아가는 모습.

여기에 대만 특유의 ‘범생 문화’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무척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성실함, 요령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태도가 결국 나라의 경쟁력이 된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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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만 나오는 책이었다면 다소 딱딱했을 텐데, 이 책은 생활 문화 이야기도 놓치지 않습니다.

베트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오토바이를 배려한 교통체계는 “아, 이건 정말 배울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대만의 쓰레기 배출 시스템이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음악을 틀며 지나가는 쓰레기차, 그 소리에 맞춰 주민들이 직접 쓰레기를 들고 나오는 풍경은 처음엔 낯설지만, 곧 ‘아, 이래서 도시가 깨끗하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범생스러움이 이렇게 생활의 편리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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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근대화를 겪었고, 경제 수준도 비슷하며, 출산율이 낮아 고민하는 처지까지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문화적으로는 분명 다른 점이 많지만, 그 차이 속에서 배울 점 또한 분명히 보입니다.

대만의 장점은 배우고, 우리는 우리의 강점을 더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대만 소개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를 거울 삼아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나라, 범생 같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대만을 알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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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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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카피라이터를 꿈꾸던 적이 있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 한 귀퉁이에 실린 짧은 문장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붙잡고,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였거든요.

저도 그런 문장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멋진 카피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더라구요.

단어 하나, 조사 하나를 두고 수없이 고치고 지우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겠지요.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한 문장을 위해, 이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밤을 고민했을까?” 하고요.


나라별로 광고의 결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태국 광고가 코믹함과 반전으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노린다면, 일본 광고는 확실히 감성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조용하지만 깊게, 슬며시 마음에 스며드는 방식이랄까요.

이 책에 실린 광고들은 저자 오하림 님이 오랜 시간 모으고 또 골라낸 문장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잘 만든 광고 문구’라기보다, 누군가의 마음을 정말로 움직였던 말들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읽다 보면 광고를 본다기보다 짧은 시집을 넘기는 기분이 듭니다.

저 역시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인생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것의 복습이란다
이것은 모교로부터의 마지막 숙제입니다
- 다이묘 초등학교 폐교포스터

학교 140주년을 맞이한 해, 폐교를 기념하며 만들어진 광고라고 합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영화 [선생 김봉두]와 [마지막 숙제]가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단순히 공부만 하던 곳이 아니잖아요.

웃고 울고, 처음의 좌절과 성취를 배운 곳이기도 하지요.

그런 장소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이렇게 담담하면서도 깊은 문장으로 전하다니, 참 일본 광고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고 나니 괜히 제 초등학교 운동장이 떠오르더라구요.




이 한 줄을 만나러 왔어
- 제78회 독서 주간 홍보 포스터

 

일본의 독서 주간은 1947년, ‘독서의 힘으로 평화로운 문화 국가를 만들자’는 목표로 시작된 캠페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긴 설명을 다 덜어내고, 결국 남은 문장은 이 한 줄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두꺼운 책을 들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지만, 사실은 마음을 흔드는 단 한 문장을 만나기 위해서인 경우도 많잖아요. 이 카피를 보고 있자니, “맞아, 나도 그 한 줄을 만나러 책을 펼치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22년 동안 많은 행복, 고마워요.
- 버거킹 아키하바라 쇼와도리점 헌정 포스터

2022년, 맥도날드 아키하바라점이 22년 만에 폐점하며 감사 인사를 담은 포스터를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근처에서 오랫동안 라이벌로 영업하던 버거킹이, 동시에 헌정 포스터를 내걸었다고 합니다.

도발적인 광고로 유명한 버거킹이 이런 따뜻한 메시지를? 싶었는데, 역시 반전이 있었습니다.

카피의 맨 앞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우리의 승리’라는 문장이 숨어 있다니요.

읽는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 역시 버거킹이구나.” 하고요.

감동과 유머를 동시에 놓치지 않는 센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광고 카피들은 참 다양합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명쾌한 문장도 있고, 한 번 더 곱씹게 되는 깊은 말도 있으며, 이유 없이 마음이 아련해지는 문장도 있습니다.

이 문장들은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말들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책을 덮고 나니 세상이 아주 조금은 더 다정하게 보였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꺼내 읽고 싶은 책입니다.

짧은 문장 하나로도 하루의 기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조용히 증명해 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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