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의 오토바이오그래피
양수련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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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로 가는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과거를 바꿔 새로운 미래를 연다거나, 자신의 미래를 미리 알고 더 나은 미래로 가기위해 지금의 나를 바꾸는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기 때문이죠.

<제나의 오토바이오그래피>도 일종의 타임머신 이야기였습니다.

다만 이 소설의 타임머신은 영화처럼 번쩍이는 기계가 아니라, 2059년에서 2025년 서울로 떨어진 인공지능 나노봇 ‘제나’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제나는 택시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택시로 오해한거긴 하지만요)

미래에서 온 존재가 “어디까지 가세요?”라고 묻는 장면을 상상해 보시면, 벌써부터 재미가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2025년에 제나가 만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의 급정거 지점에 서 있습니다.

차 안에서 아이를 낳아야 했던 임산부, 무인매장을 털 계획을 세운 열네 살 우원, 미래를 향해 성실히 달렸지만 번번이 좌절을 경험한 42세 대환과 27세 한웅, 그리고 결혼식 당일 식장을 박차고 나온 신부 지영과 비가 오는 날마다 시니어타운을 탈출하는 문귀일 등.

이들은 그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제나의 택시에 타는 순간, 이들은 자신의 과거나 미래를 마주하게 됩니다.

마치 스크루지가 유령을 만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듯, 이들 역시 후회하고, 반성하고, 때로는 새로운 희망을 붙잡습니다.



제나는 단순히 사람들을 태워다 주는 AI가 아니었습니다.

2059년에서 2025년으로 온 이유는 명확한 질문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인간의 제1능력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입니다.

제나는 이 질문의 대한 답을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사람들을 태워줌으로써 찾아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감정을 관찰하고, 선택의 결과를 함께 지켜보면서 말이죠.

그리고 그 여정 끝에서 제나가 도달한 결론은 바로 '공감능력'입니다.

AI가 일상화되고, 나노봇이 인간과 공존하는 미래가 더 이상 공상처럼 느껴지지 않는 지금,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꽤나 현실적입니다.

인간만이 가진 능력은 무엇일까요.

속도와 정확성에서는 이미 기계가 인간을 앞서고 있는 시대에 말입니다.

작가는 공감능력을 그 답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 감정에 마음이 움직이며, 때로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면서도 함께 울고 웃는 능력 말이죠.

책을 읽는 동안 “아, 맞다”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에 공감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면서, 작가의 메시지가 이미 제 안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이것 또한 공감능력의 증거가 아닐까요. ^^

점점 인간성이 상실되어가는 이때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작품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인간의 미래도 궁금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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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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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얼마 전 브래드피트 주연의 영화 [F1]을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들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긴장되고 흥분이 고조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레이싱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스포츠가 아니라 속도와 계산, 팀웍, 그리고 사람의 심리까지 여러가지가 얽혀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읽게 된 책이 바로 최이도 작가의 <체이스>였습니다.

영화에서 스크린이 보여준 속도를, 이 소설은 문장으로 구현해 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이야기가 빠름보다 멈춤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주인공 재희는 모두가 인정하던 신예 레이서였습니다.

재능도 있었고, 성적도 좋았고, 무엇보다 핸들을 잡은 손에 망설임이 없던 인물이었지요.

하지만 결승선을 코앞에 둔 사고로 트랙을 이탈하면서, 재희의 시간도 함께 멈춰버립니다.

그 사고 이후 3년간의 영국 재활 생활은 몸을 회복시키는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마음까지 고쳐 주지는 못했습니다.

엄마 소라의 고향인 가로도로 돌아온 재희는 레이싱을 떠나 있으면서도, 레이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우연처럼 시작된 고등학교 드론 봉사활동은 처음엔 말 그대로 시간 때우기용 일정에 불과했죠.

엔진 소리 대신 드론의 윙윙거림, 트랙 대신 체육관, 재희에게 이 모든 것은 임시 정차 같은 시간이었지요.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드론을 조종하며, 실패와 재도전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재희는 조금씩 자기 안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사고의 기억, 레이싱에 대한 애증, 그리고 ‘레이서가 되라’며 밀어붙이던 엄마 소라와의 관계까지요.

이 소설이 인상적인 이유는, 재희가 누군가에게 가르치면서 스스로를 회복해 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속도를 내려놓아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작가는 참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체이스>는 레이싱을 소재로 한 만큼 전개가 빠릅니다.

장면 전환도 민첩하고, 설명은 최소화되어 있으며, 독자를 트랙 위에 바로 올려놓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소설의 진짜 엔진은 속도가 아니라 회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재희는 사고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려 애쓰지 않습니다.

대신 사고 이후의 자신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 갑니다.

이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과장되지 않아 더 좋았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에서 급정거를 경험하잖아요?

그때 필요한 건, 다시 전속력으로 달리는 법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밟아도 괜찮다는 확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결말을 정해 놓고 소설을 썼다는 이야기를 알고 읽으니, 책을 읽는 내내 재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상상하면서 읽게 되더라구요.

재희는 과연 다시 레이서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인가.

힌트처럼 흩뿌려진 장면들을 주워 담으며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드론 레이싱 장면은 백미입니다.

자동차 레이싱 못지않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묘하게도 더 조용하고, 더 내면적인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이 장면을 읽으며 “아, 이게 바로 재희의 현재 속도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이스>를 덮고 나니, 최이도 작가의 다른 작품도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제목부터 강렬한 <메스를 든 사냥꾼>은 또 어떤 속도와 온도를 가진 이야기일지 기대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레이싱이라는 화려한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상처 입은 한 사람이 다시 자신을 믿게 되는 과정이 차분히 담겨 있습니다.

빠르게 읽히지만, 읽고 난 뒤에는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인생의 트랙에서 잠시 멈춰 서 있는 분들이라면, 재희의 질주를 조용히 응원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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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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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레이싱 소설인 줄 알고 펼쳤다가, 상처를 안고 다시 나아가는 한 사람의 성장기에 마음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속도보다 방향이 먼저라고 말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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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5 제19회 나비클럽 소설선
박건우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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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이른바 ‘추미스’를 좋아한다고 자부해 온 저였지만, 고백하자면 한국추리문학상의 존재는 이번에 처음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매년 챙겨보면서도, 왜 그 옆 서가에 있는 이 책들은 그냥 지나쳤을까요.

일본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정도만 알고 있었던 저로서는, 이번 만남이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그해의 문학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연감’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종종 찾아 읽곤 하는데, 한국 추리문학의 현재를 정리한 이 작품집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첫 만남이었습니다.

책의 앞쪽 날개에 나와있는 황금펜상 소개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1985년에 제정된 한국추리문학상이 오랜 시간 한국 추리문학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고, 그중에서도 2007년부터 신설된 황금펜상은 단편의 완성도와 작가적 역량을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해 왔다고 합니다.

단편이라는 형식은 짧은 만큼 속임수도, 허술함도 쉽게 드러나기 마련인데요, 그런 점에서 이 상은 ‘짧지만 강한’ 작품들을 통해 한국 추리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왔다는 설명이 무척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2025년 제19회 황금펜상 수상작은 박건우 작가의 〈교수대 위의 까마귀〉입니다.

미술관을 배경으로 한 본격 미스터리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가는 정통 탐정물의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미술관이라는 공간과 차갑게 계산된 범죄의 대비가 인상적이었고, 사건의 트릭과 전체적인 얼개를 따라가며 독자도 자연스럽게 추리에 참여하게 됩니다.

‘아, 이래서 본격 미스터리라고 하는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진 느낌이랄까요.

수상작 외에도 우수작으로 실린 작품들 역시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습니다.

〈길로 길로 가다가〉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떠올리게 하는 동요 살인사건을 소재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다룹니다.

특히 소녀 탐정 오느릅과 한 순경의 콤비 플레이가 무척 매력적이어서, 이 둘이 다시 등장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부부의 정원〉은 개인적으로 가장 영화처럼 느껴진 작품이었습니다.

짜임새 있는 구성 속에 존엄사라는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 사회파 미스터리로, 읽는 동안 ‘이거 영상화해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서핑 더 비어〉, 〈폭염〉, 〈1300℃의 밀실〉까지, 제목만큼이나 다채로운 색깔의 이야기들이 이어져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각 작품의 분량이 길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고, 그만큼 속도감 있게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다 읽고 난 뒤에 이어지는 작가의 말과 심사평이었습니다.

작품들이 어떤 맥락에서 쓰였는지, 왜 이 작품들이 선택되었는지를 알고 나니 앞서 읽은 이야기들이 다시 한번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년에 20회를 맞이하는 황금펜상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우리를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슬쩍 기대해 보게 됩니다.

추미스를 좋아하신다면, 그리고 한국 추리문학의 현재가 궁금하시다면 이 한 권, 꽤 든든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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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5 제19회 나비클럽 소설선
박건우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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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문학의 현재를 볼 수 있는 작품.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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