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이스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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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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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브래드피트 주연의 영화 [F1]을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들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긴장되고 흥분이 고조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레이싱은 단순히 빠르기만 한 스포츠가 아니라 속도와 계산, 팀웍, 그리고 사람의 심리까지 여러가지가 얽혀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읽게 된 책이 바로 최이도 작가의 <체이스>였습니다.

영화에서 스크린이 보여준 속도를, 이 소설은 문장으로 구현해 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이야기가 빠름보다 멈춤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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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재희는 모두가 인정하던 신예 레이서였습니다.

재능도 있었고, 성적도 좋았고, 무엇보다 핸들을 잡은 손에 망설임이 없던 인물이었지요.

하지만 결승선을 코앞에 둔 사고로 트랙을 이탈하면서, 재희의 시간도 함께 멈춰버립니다.

그 사고 이후 3년간의 영국 재활 생활은 몸을 회복시키는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마음까지 고쳐 주지는 못했습니다.

엄마 소라의 고향인 가로도로 돌아온 재희는 레이싱을 떠나 있으면서도, 레이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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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처럼 시작된 고등학교 드론 봉사활동은 처음엔 말 그대로 시간 때우기용 일정에 불과했죠.

엔진 소리 대신 드론의 윙윙거림, 트랙 대신 체육관, 재희에게 이 모든 것은 임시 정차 같은 시간이었지요.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드론을 조종하며, 실패와 재도전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재희는 조금씩 자기 안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사고의 기억, 레이싱에 대한 애증, 그리고 ‘레이서가 되라’며 밀어붙이던 엄마 소라와의 관계까지요.

이 소설이 인상적인 이유는, 재희가 누군가에게 가르치면서 스스로를 회복해 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속도를 내려놓아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작가는 참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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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는 레이싱을 소재로 한 만큼 전개가 빠릅니다.

장면 전환도 민첩하고, 설명은 최소화되어 있으며, 독자를 트랙 위에 바로 올려놓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소설의 진짜 엔진은 속도가 아니라 회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재희는 사고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가려 애쓰지 않습니다.

대신 사고 이후의 자신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 갑니다.

이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과장되지 않아 더 좋았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에서 급정거를 경험하잖아요?

그때 필요한 건, 다시 전속력으로 달리는 법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밟아도 괜찮다는 확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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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결말을 정해 놓고 소설을 썼다는 이야기를 알고 읽으니, 책을 읽는 내내 재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상상하면서 읽게 되더라구요.

재희는 과연 다시 레이서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인가.

힌트처럼 흩뿌려진 장면들을 주워 담으며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드론 레이싱 장면은 백미입니다.

자동차 레이싱 못지않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묘하게도 더 조용하고, 더 내면적인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이 장면을 읽으며 “아, 이게 바로 재희의 현재 속도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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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를 덮고 나니, 최이도 작가의 다른 작품도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제목부터 강렬한 <메스를 든 사냥꾼>은 또 어떤 속도와 온도를 가진 이야기일지 기대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레이싱이라는 화려한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상처 입은 한 사람이 다시 자신을 믿게 되는 과정이 차분히 담겨 있습니다.

빠르게 읽히지만, 읽고 난 뒤에는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인생의 트랙에서 잠시 멈춰 서 있는 분들이라면, 재희의 질주를 조용히 응원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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