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이모션
이서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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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감정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랑의 설렘도 없고, 우정의 따뜻함도 없고, 길을 걷다가 문득 하늘이 예뻐서 괜히 기분 좋아지는 일도 없겠지요.

세상은 아마도 아주 단정한 회색빛일 겁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슬픔도 없고 분노도 없습니다.

시험 망쳐도 덤덤, 상사에게 혼나도 무덤덤.

감정 기복이 없으니 일에만 집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말도 있듯이 부러움이 있어야 더 잘하고 싶고, 분노가 있어야 바꾸고 싶고, 사랑이 있어야 지키고 싶어질텐데요.

감정이 사라지면, 동력도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닐까요?

이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소설이 바로 이서현 작가의 <노 이모션>입니다.

<노 이모션>의 배경은 감정제거술이 일상화된 근미래 사회입니다.

AI에게 위기감을 느낀 과학자들은 인간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을 ‘감정’으로 지목합니다.

감정 뉴런을 제거하는 수술이 성공하고, 세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게 됩니다.

감정을 가진 사람과 감정을 제거한 사람.

“감정을 제거하고도 인간을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작품 내내 묵직하게 울립니다.

그러나 사회는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이라는 결론에 손을 들어 줍니다.

참으로 이성적인 결정이지요. 아이러니하게도요.

이 세계에는 ‘노이모션랜드’라는 최고의 기업이 등장합니다.

이곳은 감정을 제거한 사람만 입사할 수 있습니다.

효율, 성과, 완벽한 판단.

그야말로 감정 없는 엘리트들의 왕국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입사를 꿈꾸지만, 막상 감정을 없애는 수술 앞에서는 망설입니다.

감정이 귀찮기는 해도, 막상 떼어내자니 왠지 심장이 허전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강하리가 있습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감정 무소유자로 판정받은 인물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노이모션랜드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습니다.

게다가 인류 최초의 감성 제거자이자 회사 설립자인 ‘어스’가 상징적인 인물로 그녀를 주목합니다.

한마디로, 감정 없는 사회가 기다려온 완벽한 인재입니다.

그런데 완벽한 시스템에는 꼭 작은 오류가 생기지요.

강하리에게 발신인 불명의 고백 편지가 도착합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고백, 이어지는 사건들.

감정이 없다던 그의 마음속 한구석에서 이상한 질문들이 피어오릅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걸까?”

“이건 단순한 호기심일까, 아니면…?”

이 지점에서 독자는 흥미로운 경험을 합니다.

감정이 없다고 설정된 인물에게서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흔들림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제거했다고 믿는 사회 속에서, 통제되지 않는 감정의 기척이 서서히 스며듭니다.

감정은 수술로 깔끔하게 도려낼 수 있는 기관이 아니라, 인간 존재 깊숙한 곳에 얽혀 있는 뿌리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이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히 설정이 기발해서가 아닙니다.

감정을 제거하는 사회라는 극단적인 배경을 통해 작가는 오히려 감정의 가치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감정은 때로 우리를 망칩니다.

충동구매를 하게 만들고, 괜히 상처받게 하고, 밤에 이불킥을 하게 하지요.

하지만 동시에 감정은 우리를 움직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고, 억울해서 세상을 바꾸고 싶어집니다.

만약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실수는 덜 하겠지요. 하지만 모험도 덜 하지 않을까요?

상처는 덜 받겠지만, 깊이 사랑할 일도 없지 않을까요?

작가는 이 질문을 독자에게 조용히 건넵니다.

감정은 삶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삶을 앞으로 밀어주는 에너지일지도 모른다고요.

무미건조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당신은 오늘 무엇을 느끼셨나요?”라고 묻는 듯합니다.

<노 이모션>을 읽으며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조금씩 ‘감정 최소화’의 사회를 향해 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효율, 데이터,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을 불편한 요소로 취급하는 순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계산기보다 복잡하고, 알고리즘보다 엉뚱합니다.

그 엉뚱함 속에서 예술이 태어나고, 혁신이 나오고, 사랑이 시작됩니다.

이서현 작가는 차가운 설정 위에 뜨거운 질문을 올려놓았습니다.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회 속에서, 과연 인간의 감정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만약 사라진다면, 우리는 여전히 지금의 우리일까요?

무채색이 편안해 보일 때도 있지만, 결국 우리는 조금 번지더라도 색이 있는 쪽을 선택하게 되는 존재가 아닐까요.

무미건조한 시대에 마음껏 감정을 느끼고 또한 재미를 느끼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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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이모션
이서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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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억제하는 사회. 우리는 과연 이성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차가운 세계 속에서 인간다움을 묻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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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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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생각납니다.

단 한 점의 그림에서 출발해 인간의 욕망과 예술가의 고독, 그리고 시대의 공기를 길어 올렸던 작가이지요.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붓 대신 유리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무려 500여 년의 시간을 품은 베네치아, 그중에서도 무라노 섬의 유리공예가 이야기라니요.

책을 펼치기도 전에 신비로운 분위기와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이번 작품 <글래스메이커>는 한 여인의 삶을 따라가며 베네치아 유리 산업의 흥망성쇠,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노동과 사랑,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직업을 돌아보는 소설이 아니라, 유리처럼 투명하지만 결코 쉽게 깨지지 않는 인간의 시간을 다룬 이야기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치는 단연 ‘시간의 왜곡’입니다.

주인공 오르솔라와 그 주변 인물들만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고, 세상은 500년이라는 세월을 성큼성큼 건너뜁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몇 장만 넘기면 작가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페스트가 휩쓸던 시대에서 코로나를 겪는 현대까지, 편지에서 전화로, 다시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로 이어지는 변화 속에서도 오르솔라는 여전히 유리 앞에 서 있습니다.

이 느린 시간 덕분에 독자는 베네치아 유리 산업의 긴 호흡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장인의 삶이 얼마나 오랜 축적 위에 서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솔직히 말해, 이렇게 긴 시간을 다루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능력은 역시 트레이시 슈발리에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분량만 보면 제법 두툼한 소설입니다.

하지만 읽는 동안에는 페이지가 아니라 유리판이 술술 넘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무라노 섬의 유리공방, 뜨겁게 달아오른 용광로, 장인들의 손끝에서 형태를 갖춰가는 유리들….

묘사가 워낙 생생해 마치 공방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답게 곤돌라가 오가는 풍경, 섬과 섬 사이의 미묘한 경쟁, 그리고 독창적인 유리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장인들의 집요한 노력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오르솔라는 그 시대의 여성에게 씌워진 편견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유리공예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만의 기법을 완성하고 결국 집안의 생계까지 책임지는 인물이 됩니다.

이 과정이 과장되거나 영웅적으로만 그려지지 않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성공의 순간보다 실패와 좌절, 그리고 다시 유리 앞에 서는 반복이 더 많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오르솔라의 성취는 더욱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에 끝내 완성되지 못한 사랑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한 여인의 삶을 통해 거대한 사회의 흐름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 작품이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보면서 대학생 시절 배낭여행으로 베네치아를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바라보았던 물 위의 도시, 그리고 무라노 섬에서 보았던 유리공예의 신비로움이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다시 떠올랐습니다.

유리는 아름답지만 쉽게 깨질 것 같고, 장인은 고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숨어 있습니다.

오르솔라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장인이 된다는 것이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일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읽고 나서 한동안 유리컵 하나를 집어 들고도 괜히 오래 들여다보게 되더라구요.

“이 안엔 몇 년의 시간이 들어 있을까?”

<글래스메이커>는 예술과 노동, 사랑과 시간이라는 다소 묵직한 주제를 유리처럼 맑고 섬세하게 풀어낸 소설이었습니다.

베네치아라는 도시가 지닌 매력과 유리공예라는 세계를 한 여인의 삶에 녹여낸 솜씨가 인상 깊었고, 읽는 동안 여러 번 감탄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조용히 오래 여운이 남는 소설을 찾고 계신 분들께 특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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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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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의 시간을 천천히 건너며 유리처럼 맑고 단단한 삶을 빚어내는 소설. 베네치아의 숨결과 장인의 열기가 생생하게 전해지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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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꾸 상여자의 벨기에 생존기 - 뜨겁고 치열하게 달린 17년
송영인 지음 / 꿈꾸는인생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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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저도 한때는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벽안의 외국인과 영화처럼 사랑에 빠지고,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는 차이를 ‘매력’이라 부르며 연애와 결혼까지 골인하는 장면 말이지요.

하지만 현실의 저는 내성적인 성격에, 외국인만 만나면 입이 얼어붙어 말을 잘 못하는 수준이라 국제연애는커녕 해외 로맨스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빠꾸 상여자의 벨기에 생존기>를 읽으며 처음 든 생각은 이랬습니다.

“아, 역시 로망은 로망이고 현실은 생존이구나.”

문화 차이는 설렘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불통이 되고 고립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아주 솔직하게, 그리고 꽤 유쾌하게 보여줍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송영인 작가님은 어학연수나 해외 경험이라고는 전무한, 말 그대로 한국 토박이 유교 집안의 장녀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벨기에 드러머와 사랑에 빠지고, 무려 8,700km를 날아 ‘와플의 나라’ 벨기에로 이민을 가게 됩니다.

국제결혼 하면 흔히 떠올리는 집안의 반대, 문화 충돌 같은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노빠꾸’로 밀어붙이는 작가님의 태도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결혼 이후에 시작됩니다.

벨기에에서 언어를 배우고, 일자리를 구하고, 차별과 좌절을 온몸으로 맞닥뜨리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주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제목에 괜히 ‘노빠꾸 상여자’가 붙은 게 아니더라구요.

하나도 배우기 힘든데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를 배워야 하는 상황에서 혀가 꼬이든 말든 일단 부딪히고, 공장과 미국계 회사에서 차별을 겪으면서도 “그만둘까?”보다는 “어떻게든 버텨볼까?”를 먼저 떠올리는 모습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박물관 보안요원, 외국인관리청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학력에 비해 낮은 직급과 보수로 고생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특히 외국인관리청에서 ‘외국인인 내가 다른 외국인을 추방하는 업무’를 맡았다는 대목에서는 웃음기 싹 빠지고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이건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상상도 못 할 아이러니니까요.

현재 작가님은 벨기에의 학술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며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요, 엄마로서도 직장인으로서도 역할을 잘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고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책 속 에피소드들은 하나하나가 참 재미있고, 때로는 혈압 오르는 이야기들도 많지만, 결국에는 “그래도 웃고 가자”는 작가님의 긍정적이면서도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읽고 나면 묘하게 힘이 납니다.

환경이 문제라기보다는, 그 환경을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는 사람의 정신력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그저 멋지다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네요.

이 책을 덮으며 저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해 보았습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다음에 움직이기보다는, 조금 부족해도 일단 한 발 내딛어 보는 용기 말이죠.

송영인 작가님의 벨기에 생존기는 국제결혼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한 인간의 성장기이기도 했습니다.

유쾌하게 웃다가도,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

요즘 마음이 나태해졌다 느끼시는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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