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러운 의자 관리국 - 당신의 민원을 보여주세요
최혜미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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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표지가 무척이나 비밀스러운 최혜미 작가의 <비밀스러운 의자 관리국>을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성을 배경으로, 광장 한가운데 의자가 놓여 있고, 그 앞에 조용히 서서 성을 바라보는 소녀의 뒷모습이 자리합니다.

마치 “이 안에 아주 중요한 비밀이 숨어 있어요”라고 귀띔하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과연 의자 관리국은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파라엘로 마을에는 네 개의 ‘관리국’이 있습니다.

동쪽은 명패 관리국, 서쪽은 서책 관리국, 남쪽은 색깔 관리국, 그리고 북쪽은 의자 관리국.

각각의 관리국에서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를 매번 새롭게 만들어 내는 특별한 기관들입니다.

파라엘로 청년이라면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 꿈의 직장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 주인공 앨리가 그중에서도 가장 미스터리한 ‘의자 관리국’에 당당히 최종 합격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의자만 관리하는 곳 같지만, 사실 의자 관리국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진짜 바라는 ‘나’의 모습을 찾아주는 곳이었습니다.

앨리는 그중 ‘민원 관리부’에서 일하게 되며, 의뢰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상처를 어루만지며 다시 앞으로 걸어 나갈 용기를 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취준생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보듬는 상담자가 되기까지, 앨리의 여정도 꽤 흥미로운 성장 포인트였습니다.

이 소설의 중심은 앨리가 해결하는 세 가지 민원입니다.

각 민원은 우리의 일상 속 고민을 아주 환상적인 방식으로 펼쳐 보이는데요, 그래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현실의 마음이 툭 건드려지곤 했습니다.

자존감이 무너질 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작아질 때, 노력해도 행복이 멀게 느껴질 때. 이런 고민들은 사실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의 일상 아닐까요?

책은 이런 문제들을 ‘의자’라는 상징을 통해 굉장히 부드럽게 풀어냅니다.

의자는 주인의 마음을 반영하는 존재로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가 어떤 불만과 동경을 품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최혜미 작가님이 현직 교사라 그런지, 마음의 굴곡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는 솜씨가 유독 섬세합니다.

학생들이 겪는 성장통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어른이 읽어도 좋고, 특히 마음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더욱 깊은 위로를 받을 듯합니다.

저 역시 사춘기의 거친 파도를 건너고 있는 딸아이에게 조심스레 권해보고 싶었습니다.



읽는 내내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이야기의 톤은 가볍고 따뜻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묵직했습니다.

동화적 상상력에 기대어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조언과 위로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따뜻하게 스며듭니다.

부담 없이 술술 읽히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내가 원하고 갈망하는 의자는 어떤것일까?’라는 질문이 조용히 떠오릅니다.

의자 관리국의 이야기가 이렇게 매력적이면 나머지 세 개의 관리국은 또 얼마나 흥미로울까요?

명패 관리국의 이름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지, 서책 관리국은 또 어떤 마음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색깔 관리국은 어떤 감정을 다루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무엇보다 파라엘로 마을이라는 세계관 자체가 탄탄하고 매력적이어서 후속편이 자연스레 기다려지는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색깔 관리국 이야기가 나오면 특히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색깔로 마음을 표현한다면 얼마나 다채로울까요?

다음 시리즈가 꼭 나오면 좋겠습니다.

기다려도 되죠, 작가님?

<비밀스러운 의자 관리국>은 가볍게 읽히지만 마음에는 오래 남는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잠시나마 제 의자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마음속 의자는 어떤 모습인가요?

혹시 삐걱거리고 있다면, 파라엘로 마을의 의자 관리국을 한 번 찾아가 보셔도 좋겠네요.

그리고 앨리 같이 속마음을 알아봐주는 좋은 조력자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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늅늅의 야생 기획자 관찰 일지 - 정글에 던져진 신입 기획자의 생존 매뉴얼
늅늅 지음 / 길벗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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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기획자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행사 일정과 현실 사이에서 절묘한 곡예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간혹 제 머릿속은 사막처럼 메말라 있고, 마감은 고속철도보다 빠르게 제 앞으로 돌진하곤 하지요.

저도 기획 일을 하며 이 ‘짜도 짜도 안 나오는’ 공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신입 시절엔 정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다른 행사 레퍼런스들을 기웃거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서 <늅늅의 야생 기획자 관찰 일지>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끌렸습니다.

야생이라니, 이보다 더 기획자의 현실을 정직하게 표현한 단어가 있을까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초보 기획자가 실제로 마주하는 고민들을 만화로 아주 술술 풀어낸다는 점입니다.

기획이라는 게 ‘딱딱한 원칙과 절차’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라, 감정과 시행착오, 사람과 상황이 얽힌 복합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만화 속 상황들이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가 기획자의 ‘야생 생존 루트’를 따라갑니다.

Chapter 1. 산과 정글로 ― 복잡한 문제 속 숨은 힌트를 찾아서

기획의 시작은 늘 복잡합니다.

문제는 산처럼 험하고, 방향은 정글처럼 뒤얽혀 있지요.

이 챕터는 “어디서부터 시작하지?”라는 고민을 다루며, 문제의 본질을 찾는 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줍니다.

초보자들이 헷갈려 하는 ‘문제 정의하기’가 이렇게 귀엽고 명쾌할 수 있다니요.

Chapter 2. 사막으로 ― 메마른 머릿속 아이디어를 찾아서

여기서 저는 특히 큰 공감을 했습니다.

머릿속 사막… 너무 익숙합니다.

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아이디어 가뭄’ 그 느낌!

이 챕터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두려움과 막막함을 유쾌하게 다룰 뿐 아니라, 실제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구조화하는 노하우까지 담고 있습니다.

Chapter 3. 강과 바다로 ― 불안에 휩쓸리는 대신 완성도를 올리자

기획이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면 갑자기 불안의 파도가 찾아옵니다.

“이게 맞나? 빠뜨린 건 없나?” 이런 마음의 파도 말이지요.

이 챕터는 그 불안 속에서도 완성도를 올리는 ‘실전 스킬’을 보여줍니다.

마치 강과 바다처럼 넓적해지는 작업 범위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알려줘서 실무에 큰 도움이 됩니다.

Chapter 4. 그리고 도시로 ― 기획자로서 지치지 않고 일하기

기획자는 늘 바쁘고, 늘 마감이 있고, 늘 새로운 걸 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치기 쉬운 직업이지요.

마지막 챕터는 그 ‘소진’을 막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일 잘하는 것 못지않게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하는 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줍니다.

각 챕터가 하나의 여행처럼 구성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무엇보다 ‘기획이 이런 흐름으로 흘러가는구나’ 하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에 나오는 ‘늅늅의 기획수첩’은 짧은 문장임에도 기획의 본질을 아주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 이게 핵심이었구나’ 하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문장들,

‘이건 당장 내 프로젝트에 써먹을 수 있겠다’ 싶은 실용적인 조언들.

만화 속 에피소드가 감정과 상황을 보여준다면, 기획수첩은 그걸 한 줄로 정리해주는 ‘깊이 있는 메모’ 같은 느낌입니다.

읽을 때는 가볍지만, 책을 덮고 나면 의외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부분이더라고요.



책 속 포토카드를 보고 호기심에 QR 코드를 찍어보니, ‘내가 기획자가 된다면 어떤 유형일까?’라는 귀여운 테스트가 나오더군요.

당연히 해봤습니다.

이런 테스트는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법이니까요.

결과는 아이디어 크리에이터형 기획자!

감각,영감,돌발력,상상력으로 승부 보는 타입이라네요.

현실감각이 가끔 약하다는 점에서 괜히 찔렸지만…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건 장점이니까요. (그렇죠? 그렇다고 해주세요.)

이 테스트는 가볍게 하기 좋고, 스스로 어떤 방식으로 기획을 하는 사람인지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되어 더더욱 유용했습니다.

주변 기획자분들께도 한 번씩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늅늅의 인사가 나오는데, 그 말처럼 이 책은 기획을 막 시작한 분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처음엔 기획의 세계가 정글처럼 복잡하고, 사막처럼 고독하며, 바다처럼 휘몰아치지만… 그 과정을 지나고 나면 분명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그 여정의 첫 출발점에 서 있는 분들에게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기획자로서의 감정, 좌절, 성장, 노하우가 가벼운 만화 속에 촘촘하게 담겨 있어 부담 없이 읽히면서도 실전에서 바로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기획이라는 야생의 세계를 건너고 있는 모든 분들, 오늘도 고생 많으십니다.

그리고…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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늅늅의 야생 기획자 관찰 일지 - 정글에 던져진 신입 기획자의 생존 매뉴얼
늅늅 지음 / 길벗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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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뉴비들을 위한 현실적인 안내서. 만화로 되어 있어 더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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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상식파괴로 경영하라
사카이 다이스케 지음, 정지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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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일본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다음엔 꼭 가봐야지…’ 하고 마음에 저장해 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돈키호테(돈키)'입니다.

TV 예능이나 여행 유튜브에서 흘끔흘끔 보이는 재미난 상품들의 숲, 정신없지만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진열 방식, 곳곳에 붙어 있는 기상천외한 POP 문구들까지, 그 모든 것이 마치 살아 있는 테마파크 같아 꼭 한 번 발을 들여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사카이 다이스케의 <돈키호테, 상식파괴로 경영하라>를 읽고 나니, ‘아… 이러니 다들 돈키호테 돈키호테 하는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더군요.

매장에 직접 가보기도 전에 이 정도로 재밌고 흥미진진하다니, 실제 방문하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더 기대가 커졌습니다.

사실 저는 돈키호테를 다이소의 일본 버전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종류는 많고, 가격은 착하고, 없는 게 없대~”라는 주변의 말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이해했죠.

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제 인식은 180도 뒤집혔습니다.

돈키호테의 경쟁력은 단순히 상품의 구성이나 가격 정책이 아니라 조직 철학과 시스템 구조에서 나옵니다.

특히 놀라웠던 점은 모든 권한이 ‘현장’에 있다는 것.

상품 구색을 정하고, 가격을 조정하고, 매장 분위기를 만드는 상당수의 결정이 중앙 본부가 아닌 매장 직원들에게 위임되어 있다는 사실은 정말 파격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본사 지침은 절대 권력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돈키호테는 반대로 현장의 판단과 고객의 목소리를 최우선 가치로 둡니다.

이 정도면 ‘상식 파괴’라는 말이 과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그들의 실험 정신은 그저 형식적인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매장 곳곳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상품 진열, 고객의 행동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서비스 운영 등은 확실히 기존 유통업과는 다른 DNA를 가진 기업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깊은 인상을 준 부분은 ‘실패마켓’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실패한 상품 기획이나 판매 전략을 ‘망했다’ 하고 숨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장 한켠에 모아 ‘실패 특별전’처럼 소개해버린다는 그 발상이 너무 귀여우면서도 똑똑했습니다.

돈키호테는 실패를 ‘배움의 소재’로 취급합니다.

실패를 꾸짖거나 기록에서 삭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하면 망하는구나!”를 고객과 함께 나누고, 또다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씁니다.

실패마켓 운영 방식은 단순한 재미 요소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합니다.

이런 문화가 뒷받침되니 직원들이 마음 놓고 실험하고, 그 실험들이 다시 돈키호테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돈키호테의 구매공간을 조성하는 명확한 철학.

CV+D+A

CV=Convenience: 편의

D=Discount: 할인

A=Amusement: 재미

그리고 여기에 더해진 T(Trend)까지, '편리함+저렴함+즐거움'이라는 덧셈으로 구매공간의 매력을 더하는 철학이 돈키호테답다고 느껴졌습니다.



저는 판매를 직접 담당하는 부서에 있지는 않지만, 책을 읽으며 “이거 우리 팀에도 적용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여러 번 스쳤습니다.

특히 고객 관점으로 바라보는 조직 운영, 직원의 성장이 곧 기업의 성장이라는 인식, 실패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는 업종을 막론하고 필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돈키호테처럼 과감하게 ‘현장 중심주의’를 도입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팀원들이 자신의 판단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재량과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패를 실험의 필수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제 스스로 팀을 이끌어갈 때 훨씬 더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책장을 덮고 난 뒤, 저는 조금은 더 부드럽고, 조금은 더 열린 마음으로 팀원들의 도전을 바라보기로 스스로 다짐하게 되었어요.

<돈키호테, 상식파괴로 경영하라>는 단순한 경영서가 아니라, 미니 다큐멘터리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책입니다.

기업 경영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딱딱하지 않고, 오히려 “이 회사 참 재미있게 일하네?”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처럼 아직 돈키호테를 직접 가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일종의 여행 예습서 역할도 합니다.

매장을 구성하는 철학을 알게 되니, 실제 방문했을 때는 더 많은 것이 보일 것 같고,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현장 플랫폼’을 체험하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일본 여행 때, 돈키호테는 무조건 간다!’라는 결심이 생기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돈키호테가 어떤 방식으로 상식을 깨고, 어떻게 그 ‘혼돈의 매력’을 만들어냈는지 충분히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경영을 공부하는 분은 물론이고, 조직에서 일하는 누구에게나 영감을 줄 만한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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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없는 건축 - 한국의 레거시 플레이스
황두진 지음 / 시티폴리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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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매번 길을 걷다가 멈춰 서곤 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그곳의 건물들이 말 그대로 ‘시간을 입은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죠.

수백 년 전의 돌과 벽돌이 지금도 현역으로 쓰이고, 그 안에서 여전히 사람이 살고, 커피를 마시고, 기도하는 풍경이 너무도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오면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낡은 건물은 금세 철거되고, 그 자리에 네모반듯한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섭니다.

물론 편리하고 깨끗하지만, 마음 한켠이 허전한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우리도 저렇게 오랜 이야기를 품은 건축물을 가질 수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습니다.

그래서 황두진 건축가의 <은퇴 없는 건축>을 만났을 때, 반가움이 밀려왔습니다.

이 책은 ‘레거시 플레이스(Legacy Place)’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중심으로 54곳의 건축물을 소개합니다.

말 그대로 ‘유산으로 남길 만한 장소’이지요.

저자는 다음 네 가지 기준으로 이들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1. 충분히 나이를 먹은 건축물일 것 (최소 30년 이상)

2. 건물이 애초의 용도를 유지하고 있을 것

3. 원형에 대한 존중이 있을 것

4. 공공성을 지닐 것

이 네 가지 조건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책을 읽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단순히 오래되었다고 ‘레거시’가 되는 게 아니더군요.

사람의 손을 덜 타고, 시대의 변화를 견디며,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는 ‘품격 있는 노년’의 건물만이 이 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책에 실린 건물들의 사진만 봐도 그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건물은 말이 없지만, 그 대신 그림자와 벽, 창문 사이로 이야기를 전합니다.

“나는 여전히 여기 있다.” 라는 식으로요.

그 건물들이 여전히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고, 다른 시대의 이야기를 품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참 경이로웠습니다.

이래서 ‘은퇴 없는 건축’이구나 싶었습니다.



어릴 적 서울을 생각하면 제 머릿속엔 늘 63빌딩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던 한강변의 그 건물은 어린 마음에 서울의 상징이자, ‘성공’의 아이콘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더 높은 빌딩들이 즐비하지만, 제 기억 속 63빌딩은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층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건물의 존재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높은 건물이 아니라, 한 시대의 자부심과 기술력, 그리고 꿈이 응축된 하나의 ‘기념비’였던 거죠.

그리고 서울시청 근처를 지날 때마다 들르게 되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언제 봐도 고요하고 아늑한 이 성당이 사실은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초기 설계를 맡았던 영국인 주교 마크 트롤로프는 자금 부족으로 성당을 축소해 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언젠가 한국인들이 이 성당을 완성할 것이다.”

그리고 그 예언처럼 훗날 한국 건축가 김원이 원래의 설계를 완성해냈습니다.

이 이야기를 알고 나니, 성당의 돌 하나하나가 전혀 다르게 보이더군요.

그곳에는 단순한 종교 건물이 아닌 ‘세대 간 협업의 건축사’가 담겨 있었습니다.

책에는 황두진 건축가 자신의 공간, 목련원도 소개됩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사무실이 아니라, 건축가로서의 철학과 사유가 녹아 있는 장소입니다.

‘레거시 플레이스’란 결국 자신이 평생을 바쳐 만든 결과물이 세월의 풍화 속에서도 버티는 것일 텐데요, 그런 점에서 그는 ‘은퇴 없는 건축’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건축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입니다.

한 건물이 오래 살아남는 이유는 콘크리트의 강도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삶의 밀도 때문 아닐까요.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건축이 ESG와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경과 공존하고, 사람을 배려하며, 시대의 책임을 다하는 건축.

그것이 바로 황두진이 말하는 '은퇴 없는 건축'의 진짜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레거시 플레이스: 은퇴 없는 건축>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네요.

언젠가 우리 주변의 건물들도 누군가의 기억 속 ‘레거시 플레이스’로 남을 수 있을까요?

그 가능성을 꿈꾸게 만드는 이 책은, 건축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공간’과 ‘기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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