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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상식파괴로 경영하라
사카이 다이스케 지음, 정지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일본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다음엔 꼭 가봐야지…’ 하고 마음에 저장해 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돈키호테(돈키)'입니다.
TV 예능이나 여행 유튜브에서 흘끔흘끔 보이는 재미난 상품들의 숲, 정신없지만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진열 방식, 곳곳에 붙어 있는 기상천외한 POP 문구들까지, 그 모든 것이 마치 살아 있는 테마파크 같아 꼭 한 번 발을 들여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사카이 다이스케의 <돈키호테, 상식파괴로 경영하라>를 읽고 나니, ‘아… 이러니 다들 돈키호테 돈키호테 하는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더군요.
매장에 직접 가보기도 전에 이 정도로 재밌고 흥미진진하다니, 실제 방문하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더 기대가 커졌습니다.
사실 저는 돈키호테를 다이소의 일본 버전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종류는 많고, 가격은 착하고, 없는 게 없대~”라는 주변의 말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이해했죠.
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제 인식은 180도 뒤집혔습니다.
돈키호테의 경쟁력은 단순히 상품의 구성이나 가격 정책이 아니라 조직 철학과 시스템 구조에서 나옵니다.
특히 놀라웠던 점은 모든 권한이 ‘현장’에 있다는 것.
상품 구색을 정하고, 가격을 조정하고, 매장 분위기를 만드는 상당수의 결정이 중앙 본부가 아닌 매장 직원들에게 위임되어 있다는 사실은 정말 파격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본사 지침은 절대 권력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돈키호테는 반대로 현장의 판단과 고객의 목소리를 최우선 가치로 둡니다.
이 정도면 ‘상식 파괴’라는 말이 과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그들의 실험 정신은 그저 형식적인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매장 곳곳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상품 진열, 고객의 행동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서비스 운영 등은 확실히 기존 유통업과는 다른 DNA를 가진 기업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깊은 인상을 준 부분은 ‘실패마켓’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실패한 상품 기획이나 판매 전략을 ‘망했다’ 하고 숨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장 한켠에 모아 ‘실패 특별전’처럼 소개해버린다는 그 발상이 너무 귀여우면서도 똑똑했습니다.
돈키호테는 실패를 ‘배움의 소재’로 취급합니다.
실패를 꾸짖거나 기록에서 삭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하면 망하는구나!”를 고객과 함께 나누고, 또다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씁니다.
실패마켓 운영 방식은 단순한 재미 요소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합니다.
이런 문화가 뒷받침되니 직원들이 마음 놓고 실험하고, 그 실험들이 다시 돈키호테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돈키호테의 구매공간을 조성하는 명확한 철학.
CV+D+A
CV=Convenience: 편의
D=Discount: 할인
A=Amusement: 재미
그리고 여기에 더해진 T(Trend)까지, '편리함+저렴함+즐거움'이라는 덧셈으로 구매공간의 매력을 더하는 철학이 돈키호테답다고 느껴졌습니다.

저는 판매를 직접 담당하는 부서에 있지는 않지만, 책을 읽으며 “이거 우리 팀에도 적용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여러 번 스쳤습니다.
특히 고객 관점으로 바라보는 조직 운영, 직원의 성장이 곧 기업의 성장이라는 인식, 실패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는 업종을 막론하고 필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돈키호테처럼 과감하게 ‘현장 중심주의’를 도입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팀원들이 자신의 판단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재량과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패를 실험의 필수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제 스스로 팀을 이끌어갈 때 훨씬 더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책장을 덮고 난 뒤, 저는 조금은 더 부드럽고, 조금은 더 열린 마음으로 팀원들의 도전을 바라보기로 스스로 다짐하게 되었어요.
<돈키호테, 상식파괴로 경영하라>는 단순한 경영서가 아니라, 미니 다큐멘터리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책입니다.
기업 경영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딱딱하지 않고, 오히려 “이 회사 참 재미있게 일하네?”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처럼 아직 돈키호테를 직접 가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일종의 여행 예습서 역할도 합니다.
매장을 구성하는 철학을 알게 되니, 실제 방문했을 때는 더 많은 것이 보일 것 같고,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현장 플랫폼’을 체험하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일본 여행 때, 돈키호테는 무조건 간다!’라는 결심이 생기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돈키호테가 어떤 방식으로 상식을 깨고, 어떻게 그 ‘혼돈의 매력’을 만들어냈는지 충분히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경영을 공부하는 분은 물론이고, 조직에서 일하는 누구에게나 영감을 줄 만한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