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에 담긴 세계사 - 나폴리에서 뉴욕과 할리우드까지, 한 조각의 피자가 바꾼 300년의 역사
루카 체사리 지음, 이현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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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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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피자는 아주 비싸고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가끔 공군부대에 근무하시던 고모부가 사 오신 미국식 페퍼로니 피자는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었죠.

평소에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이었기에 피자를 먹는 날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TV 광고나 영화 <나 홀로 집에>에서 보던 피자는 당연히 미국 음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피자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음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도 서민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는 이야기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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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체사리의 <피자에 담긴 세계사>는 이탈리아, 특히 나폴리에서 즐겨 먹던 서민 음식이 어떻게 발전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음식으로 성장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입니다.

초기 나폴리에서 등장한 피자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고 합니다.

딱딱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는 음식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네요.

사실 빵 위에 여러 재료를 얹어 굽는 음식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그중 나폴리에서 둥근 모양의 반죽을 화덕에 굽는 방식으로 발전한 것이 오늘날 피자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라드와 마늘, 소금, 안초비 등을 얹은 하얀 피자가 주류였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토마토를 기본 재료로 사용하는 피자는 훨씬 뒤에 등장하게 됩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피자의 모습도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해 온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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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던 부분 중 하나는 마르게리타 피자의 기원을 추적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토마토의 빨간색, 모차렐라 치즈의 하얀색, 바질의 초록색이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탈리아의 마르게리타 여왕이 나폴리를 방문했을 때 피자를 맛보고 무척 마음에 들어 했으며, 이후 여왕의 이름을 따서 마르게리타 피자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유명한 일화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과연 여왕의 이름을 따서 만든 피자가 맞는지, 피자를 맛본 여왕이 피제리아에 보냈다는 감사 편지는 진짜인지 하나하나 추적해 나갑니다.

심지어 감사 편지가 위조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까지 제기하는데요.

우리가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음식의 역사에도 이렇게 많은 이야기와 논쟁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습니다.

마르게리타 피자 하나의 기원을 이토록 세세하게 파헤치는 저자의 탐구 정신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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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부분은 피자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상당히 세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기록과 문헌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피자의 흔적을 추적하다 보니 때로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뒷부분에서 다루는 피자의 세계화 과정은 훨씬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이민자들과 함께 대서양을 건넌 피자가 미국에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고, 다시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영화와 대중문화를 통해 피자가 어떻게 알려졌는지, 나라와 문화에 따라 피자를 먹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미국 음식이라고 생각했던 피자도 결국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새롭게 발전한 음식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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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은 나폴리 피자의 전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였습니다.

나폴리 피자는 2010년 유럽연합의 전통 특산물 보증(STG) 인증을 받았고, 2022년 12월부터는 정해진 기준을 충족해야만 유럽연합 내에서 '나폴리 피자'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호받게 되었습니다.

인증 기준에서 인정하는 피자는 마리나라와 마르게리타 두 종류입니다.

마리나라는 토마토, 마늘, 오레가노 등을 사용하고, 마르게리타는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 바질 등을 사용하는 피자입니다.

전통적인 제조 방식과 재료를 보호해 나폴리 피자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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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음식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시도와 다양성을 제한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이러한 인증이 모든 종류의 피자를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특정한 방식만을 정통으로 인정하는 기준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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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도 적용해 볼 만한 이야기입니다.

오랜 전통과 고유한 방식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을 보존하는 것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 사이에서 어디까지 기준을 세워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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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무 생각 없이 먹던 피자 한 판에 이렇게 길고 깊은 역사가 담겨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나폴리의 가난한 서민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 바다를 건너 미국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하고, 다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문화가 피자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피자에 담긴 세계사>를 통해 피자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음식인지, 그리고 음식이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어떻게 담아내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피자를 먹을 때면 바삭한 도우와 풍성한 토핑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피자 이야기를 한참 읽었더니 슬슬 배가 고파지네요.

오늘 저녁은 피자로 해야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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