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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우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크리스틴 해나는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장엄한 드라마로 그려내는 작가입니다.
<나이팅게일>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다음 작품을 기다렸는데요, 이번에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여성 간호장교의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전쟁과 사랑, 배신과 상처가 쉴 새 없이 이어져 힘든 줄 모르고 읽었네요.
프랜시스 맥그래스(프랭키)는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간호대학에 들어가 참한 여성으로 자랍니다.
여성에게 허락된 삶의 범위가 지금보다 훨씬 좁았던 시대였죠.
그러던 어느 날 오빠 핀리의 친구인 라이에게 여자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결국 육군 간호장교로 자원하지만, 입대를 앞두고 베트남에 먼저 간 오빠의 전사 소식을 듣게 됩니다.
프랭키가 도착한 베트남의 야전병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피를 흘리며 실려 오는 부상병과 끊이지 않는 비명, 언제 어디서 공격이 시작될지 모르는 공포가 매일 반복됩니다.
처음에는 피를 보는 것조차 힘겨워했던 프랭키도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며 능숙한 간호사로 성장합니다.
그곳에서 뜨거운 사랑도 경험하지만 전쟁 속에서 피어난 사랑은 쉽게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더 힘든 시간은 전쟁이 끝난 뒤에 찾아옵니다.
프랭키는 라이와의 행복한 결혼을 꿈꾸며 귀국하지만 그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너집니다.
베트남에서 보고 겪었던 끔찍한 기억들도 트라우마가 되어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힙니다.
그러나 당시 사회는 여성도 전쟁에 참전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참전용사에게 필요한 치료와 위로를 받기는커녕 여자가 어떻게 베트남에 갔느냐는 차가운 시선과 마주해야 했죠.

프랭키가 가까스로 다시 일어서려 할 때마다 삶은 또 다른 상처를 안겨줍니다.
죽은 줄 알았던 라이의 생존 소식과 뒤이어 드러나는 배신은 그녀를 다시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습니다.
몇 번이나 무너지고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는 프랭키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얼마나 오랫동안 망가뜨리는지 생각하면 그녀의 혼란과 방황을 쉽게 탓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런 프랭키의 곁을 지켜준 사람은 베트남에서 함께 근무했던 에설과 바브였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세 사람이 전쟁터에서 만나 평생의 친구가 되는 과정은 이 작품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입니다.
프랭키가 쓰러질 때마다 달려와 손을 잡아준 두 사람의 우정은 전쟁도 꺾지 못한 강한 생명력처럼 느껴집니다.
결국 가족과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는 모습도 긴 이야기 끝에 묵직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더 우먼>은 베트남 전쟁의 참혹함과 참전용사들이 겪어야 했던 상처를 여성의 눈으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부상병을 살렸지만 귀국한 뒤에는 존재마저 부정당했던 여성 참전용사들의 이야기가 오래 남습니다.
역사에서 쉽게 지워졌던 여성들의 용기와 희생, 그리고 상처 입은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우정의 힘을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이었습니다.
아직도 크리스틴 해나의 작품들을 읽어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꼭 읽어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네요.
벌써부터 다음 작품도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