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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옥은 나를 죽이지 못했다 - 지옥으로 역주행한 어느 탈북 청년의 22일간의 기록
김강우 지음 / 책과삶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국제구호단체에서 일하다 보니 탈북민들을 만날 일들이 꽤 있습니다.
북한 관련 구호사업과 세미나도 여러 차례 진행했기에 북한 내부 사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김강우의 <나의 지옥은 나를 죽이지 못했다>를 읽으며 제가 알고 있던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겪는 처참한 현실과 목숨을 건 탈북 과정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 22일간 사투를 벌인 이야기는 그야말로 영화 같았습니다.
아무리 실화라고 해도 쉽게 믿기 어려울 만큼 극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어린 시절 김강우는 혜산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형편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고, 탈북을 시도하다 정치범으로 몰린 아버지는 모진 고문 끝에 세상을 떠납니다.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러 먼 길을 떠나는 과정에서 그는 북한 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직접 목격하게 되고, 자신이 믿었던 체제에 회의를 품기 시작합니다.
대학 진학과 군 입대마저 좌절된 뒤에는 중국을 오가며 밀수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자본주의를 경험하고 북한 밖의 세상을 알게 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를 꿈꿀 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국 탈북을 결심하고, 2016년 한국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자유를 얻었다는 기쁨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탈북하며 어머니에게 했던 3년 안에 모시러 오겠다는 약속이 늘 마음에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휴대전화 판매원으로 일하며 판매왕에 오를 정도로 치열하게 돈을 모았고, 약속했던 3년 뒤인 2019년 5월 어머니를 탈북시키기 위한 작전에 돌입합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탈북을 망설이면서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결국 김강우는 직접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다시 북한으로 들어갑니다.
한 번 빠져나온 지옥으로 스스로 돌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발각되면 살아 돌아올 수 없는 상황에서 수많은 위기를 넘기며 22일 만에 다시 탈출하고, 이후 어머니 역시 무사히 북한을 벗어납니다.
그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과 보이스피싱 사기 혐의로 감옥에 갇히는 등 또 다른 시련을 겪기도 합니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출했지만 한국에서의 삶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것이죠.
그럼에도 마침내 어머니와 함께 자유를 누리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안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자유가 새삼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일조차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어야만 얻을 수 있는 삶이었습니다.
<나의 지옥은 나를 죽이지 못했다>는 한 탈북민의 극적인 생존기이자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지옥으로 들어간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누구도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