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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 106동 101호
천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누구나 좋은 집을 꿈꿉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요.
특히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자산이자 투자의 수단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그런 아파트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급매로 나왔다면 왠지 횡재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찝찝한 마음도 생깁니다.
이렇게 좋은 집이 왜 이 가격에 나왔을까. 혹시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말이죠.
천유 작가의 <급매 106동 101호>는 좋은 아파트를 싼값에 사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된 소설입니다.
여기에 이유 없는 급매는 없다는 말과 한국인 특유의 뿌리 깊은 미신과 터의 기운에 대한 집착을 엮어 서늘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소설은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탈 타워 초고층 아파트에서 한 여성이 추락하면서 시작합니다.
주인공 채아는 아랫집 할머니와의 층간소음 문제로 이사를 결심합니다.
그렇게 발견한 곳이 급매로 나온 솔숲아파트 106동 101호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도 잠시, 이사한 뒤부터 집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합니다.
남편 대한과의 관계는 점점 흔들리고 채아는 악몽과 불면증에 시달립니다.
만날 때마다 잘 살고 있느냐고 묻는 이웃 주민들의 인사도 어딘가 석연치 않습니다.
게다가 그 집의 주인이 벌써 여섯 번이나 바뀌었다는 소문까지 듣게 되죠.
채아는 층간소음에 관한 인터뷰를 계기로 알게 된 준휘와 함께 집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과연 106동 101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미신과 샤머니즘이라는 소재가 공포를 만들어내지만 저는 귀신이나 터의 기운보다 사람이 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불륜과 배신, 사랑과 증오, 집을 향한 욕망이 뒤엉키면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거대한 공포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오히려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서로를 지켜줘야 할 가족이 믿음을 잃어가는 과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가정과 집을 지키는 것은 좋은 터나 비싼 아파트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믿음과 희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 역시 중요하고요.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집에는 역시 이유가 있는 법인가 봅니다.
앞으로 급매로 나온 집을 보게 된다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그 집에서 누가 어떻게 살았는지부터 꼼꼼하게 살펴봐야겠어요. ㅎㅎ
올여름, 집과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서늘한 스릴러 한 편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