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김희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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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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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가정 안에서 부모님으로부터 상처를 받았고, 특히 아버지의 폭력으로 오래 아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솔직히 남의 일처럼 느꼈습니다.

안타깝긴 했지만, 제 삶과는 조금 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가 되고 나니 그때 들었던 이야기들이 전혀 다르게 다가오더라구요.

아이를 훈육한다는 것은 단순히 말 잘 듣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부모인 내 안의 모난 돌을 계속 깎아내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에게 사랑을 준다고 하지만, 사실은 내가 가진 분노와 미성숙함을 아이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일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이야기는 이제 남의 이야기처럼 넘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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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재의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는 가정폭력과 직장 상사로부터의 스토킹 등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겪은 네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연작소설입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읽히지만, 읽다 보면 서로의 상처가 어딘가에서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한 사람의 고통이 그 사람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고, 누군가의 기억과 침묵, 또 다른 관계 속으로 이어지는 방식이 꽤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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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폭력은 몸에만 남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도 남고, 관계를 맺는 방식에도 남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남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네 인물이 자신의 고통을 말하는 방식은 꽤 담담한데, 오히려 그 담담함 때문에 더 깊은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울부짖는 대신 버텨온 사람들에게서만 나오는 단단함이랄까요.

얼마 전 본 영화 [세계의 주인]에서 주인이 당당하게 외치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완벽하게 치유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을 가두고 있던 성 안에서 더 이상 조용히만 있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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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읽으면서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 소설 속 폭력은 주로 남성으로부터 나오고, 남성 인물들은 대체로 무능하거나 폭력적인 모습으로 비춰집니다.

모든 남자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기에 그 부분이 조금 단선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물리적, 사회적 조건에서 여성이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고, 그 불균형 속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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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니 내 가족부터 시작해서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 맺고 살아가야 할지 좀 더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어쩌면 지금도 그 성 안에서 괴로워하며 고통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서로 보듬어주는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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