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
사쿠라이 치히메 지음, 김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아이돌을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마음속 최애 한 명쯤은 있을 겁니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고, 새 앨범을 기다리고, 작은 소식 하나에도 하루 기분이 달라지기도 하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 삶의 활력이 되는데요, 어느 순간 그 마음이 방향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요.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이 집착이 되고, 응원이었던 마음이 분노로 바뀌는 순간 말이죠.

사쿠라이 치히메의 <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는 제목부터 꽤 강렬합니다.

처음에는 자극적인 설정의 아이돌 스릴러인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 단순히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만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돌과 팬덤의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그 안에는 외로움, 인정 욕구, 열등감, 결핍 같은 감정들이 진하게 깔려 있습니다.

특히 팬심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순수하게 시작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쉽게 뒤틀릴 수 있는지를 꽤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세 사람의 시선으로 전개됩니다.

쇼지 하나코는 인기 아이돌 그룹 '백 투 더 나우'의 멤버 이사미를 최애로 삼고 있는 여고생입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덕질을 통해 하루 하루를 버팁니다.

쓰키미야 요후네는 그런 하나코를 좋아하지만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이사미를 핑계로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후지카와 이사미는 팬들의 사랑을 받는 아이돌이지만 그룹 안에서는 리더 다이가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각자 다른 자리에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 마음들이 건강하게 흘러가지 못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각각의 챕터마다 이 세 명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요, 이들 모두 결핍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코는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최애에게 기대고, 요후네 역시 아버지로 부터 제대로 된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해 그것을 사냥이라는 놀이로 폭발시키고 있죠.

이사미 또한 무대 위에서는 빛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비교와 불안에 시달립니다.

결국 세 사람 모두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다만 그 마음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을 뿐입니다.

물론 불행한 가정환경이나 결핍만으로 모든 사건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은 그 결핍이 어떻게 팬심과 연결되고, 어떻게 분노와 오해를 키우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서늘하게 다가왔습니다.



<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는 스릴러로서의 긴장감도 있지만, 읽고 나면 팬덤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최애를 향한 마음은 분명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마음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 결핍을 채우기 위한 도구가 되는 순간, 사랑은 너무 쉽게 무너집니다.

제목처럼 과연 누가 누구를 어떻게 죽이게 되는지 따라가는 재미도 있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건 좋아한다는 마음의 무게였습니다.

저에겐 결말이 조금 쓸쓸한 작품이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