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영화관 환상 시리즈
호리카와 아사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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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유령이 보이시나요?

여기 유령을 보는 소녀가 있습니다.

스미레는 유령을 보는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우연히 아빠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그 뒤를 따라 낡은 영화관 ‘게르마 전기관’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곳은 평범한 영화관이 아니라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공간이자, 초승달 밤마다 망자의 일생을 담은 ‘주마등’이 상영되는 장소입니다.

스미레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 힘들었는데 마침 잘생긴 영사 기사인 우도씨를 보고는 반해서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영화관의 직원들도 독특합니다.

표를 강매하는 지배인, 사람과 사물을 통과해 버리는 미녀, 그리고 무뚝뚝한 영사 기사까지.

정상적인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이는데, 이상하게 이 조합이 재미있네요.

여기에 아빠의 불륜 상대인 미사키씨와 위풍당당한 외고모할머니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케미도 양념처럼 펼쳐집니다.

막장 드라마같았던 아빠의 외도 사건과 악덕 외판원 실종사건, 그리고 친구의 할머니 유령까지 처음에는 정신없던 뒤죽박죽 우당탕탕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일때 그 재미가 배가 됩니다.

미스터리와 힐링물이 하나로 합쳐진 느낌이에요.



이승과 저승의 경계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만남과 이별, 죽음에 대한 위로를 건네는 호리카와 아사코는 <환상 우체국>을 비롯한 ‘환상 시리즈’로 일본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작가입니다.

15년간 무려 38만부 이상을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네요.

<환상 영화관>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입니다.

저도 이번에 이 시리즈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일본 특유의 ‘성불’ 문화가 바탕에 깔린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망자가 왜 떠나지 못하는지, 산 사람은 무엇을 붙잡고 살아가는지, 그런 질문들을 무겁지 않게 풀어냅니다.

죽음을 다루지만 지나치게 어둡게 끌고 가지 않는 점도 좋았습니다.

다만 초반부는 조금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내용 자체는 흥미로운데, 문장이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 이야기에 바로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인물과 설정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느낌도 있어서 처음에는 약간 산만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그 진입장벽을 넘고 나면, 이 낡은 영화관에서 벌어지는 소동에 조금씩 마음이 기울게 됩니다.



<환상 영화관>을 읽으며 문득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인생의 끝자락에서 삶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면, 그 화면 속에는 어떤 순간들이 담겨 있을까요.

모든 장면이 아름다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너무 큰 후회로만 남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주어진 하루를 조금 더 성실하게, 곁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낡은 영화관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이지만, 결국 우리가 어떤 삶을 남기고 싶은지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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