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어렸을 때는 가요와 팝을 주로 들었습니다.
그러다 대학 시절 처음 J-POP을 들었을 때, 낯선데 묘하게 익숙한 새로운 음악 세계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후 미스터 칠드런, 튜브, DEPAPEPE, 마츠다 세이코, 그리고 오피셜히게단디즘까지 비교적 잘 알려진 곡들을 중심으로 찾아 듣게 되었습니다.
아주 깊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J-POP의 분위기나 시티팝 같은 장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황선업 작가의 <들어볼래 제이팝>을 읽으며 그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 책은 제이팝을 전혀 모르는 분들에게도 좋지만, 저처럼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더 유익한 책입니다.
단순히 좋은 노래들을 추천하는 책이 아니라, 일본 대중음악이 어떤 흐름 속에서 만들어졌고, 왜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본 음악 산업의 구조를 설명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왜 일본에서는 밴드 음악이 꾸준히 사랑받아 왔는지, 왜 J-POP은 K-POP과 다른 방식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을 산업과 문화의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특히 AKB48의 총선거 시스템과 한국의 <프로듀스 101>을 비교한 부분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일본 아이돌 문화의 방식을 한국이 참고하고, 다시 그 시스템이 일본으로 역수출되는 흐름을 보면 한일 양국의 대중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물론 밝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니스의 성추문 사건을 다룬 부분에서는 J-POP 산업의 어두운 뒷면도 마주하게 됩니다.
화려한 무대와 인기 뒤에 가려진 문제들을 보며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일과 산업을 바라보는 일은 조금 다른 차원의 감각을 요구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QR 코드와 추천 앨범입니다.
책을 읽다가 바로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어, 단순한 독서에서 그치지 않고 감상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몰랐던 명곡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플레이리스트가 늘어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Part 6의 ‘일본 속 K-POP 변천사’였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일본에서 K-POP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그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JPOP으로서의 KPOP’, ‘POP으로서의 KPOP’, ‘KPOP으로서의 KPOP’이라는 구분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일본 시장 안에서 K-POP이 적응하고, 확장되고, 결국 자기 정체성을 지켜내는 과정을 정리한 귀한 자료처럼 느껴졌습니다.
<들어볼래 제이팝>은 일본 음악 입문서이면서 동시에 일본 대중문화 해설서입니다.
좋아하는 노래 몇 곡으로만 알고 있던 J-POP의 세계를 조금 더 넓고 깊게 바라보게 해 줍니다.
오늘의 일본음악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K-POP과 J-POP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아 왔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음악을 듣는 귀가 조금 더 넓어지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