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도망 - 까미난떼, 끝인 줄 알았던 순간 다시 걷기 시작하다
나상천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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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언젠가 한 번쯤 걸어보고 싶은 길입니다.

누군가는 인생의 목적을 찾기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또 누군가는 가족과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그 길 위에 섭니다.

같은 길을 걷지만, 그 길 위에 선 사람들의 이유는 모두 다르겠지요.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각자의 인생이 잠시 멈추고 다시 움직이는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나상천 작가의 <어느 멋진 도망>은 바로 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K팝 기획자이자 극작가, 소설가인 작가는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사실 순례길을 다룬 책은 이미 많습니다.

여행 에세이도 많고, 자기 성찰의 기록도 많죠.

그래서 처음에는 또 하나의 순례길 이야기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소설이라는 형식 안에서 순례길을 풀어냅니다.

현실의 길 위에 허구의 인물들이 서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하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작품에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아내를 잃고 요리사로 새 삶을 시작한 중년 셰프 킴스, 오디션에서 계속 낙방하며 꿈 앞에서 흔들리는 싱어송라이터 지망생 도로시, 불가능에 가까운 구독자 33만 명 미션을 수행 중인 유튜버 로저, 그리고 무거운 비밀을 안고 길 위로 숨어든 스물한 살 청년 준상까지.

이들은 모두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순례길에 오릅니다.

하지만 걷다 보니 도망친다고 해서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33일간의 여정 속에서 네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딪치기도 합니다.

각자의 상처는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긴 길을 함께 걷는 동안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그 틈으로 진심이 흘러나옵니다.

그저 걷고, 먹고, 이야기하고, 다시 걷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반복 속에서 조금씩 변해갑니다.



무엇보다 네 인물 모두 ‘청춘’처럼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나이가 어린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위해 다시 도전하고,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완전히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청춘이죠.

킴스도, 도로시도, 로저도, 준상도 각자의 방식으로 무너졌던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순례길 위에서 그들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웁니다.

그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따뜻해서, 읽는 동안 저도 모르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상천 작가님은 이 소설을 바탕으로 뮤지컬 <까미난떼>를 제작 중이라고 하네요.

이미 지난 2월 쇼케이스를 마쳤고, 내년 8월 정식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도로시의 노래들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아픔과 희망이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면 또 다른 감동을 줄 것 같네요.

뮤지컬이 완성된다면 꼭 직접 보고 싶습니다.

<어느 멋진 도망>은 도망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상처뿐이던 사람들이 길 위에서 서로를 만나고, 조금씩 자신을 마주하며 변화해 가는 과정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배경으로 멋지게 펼쳐집니다.

실패와 좌절을 딛고 유쾌하게 다시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읽고 나면 마음 한쪽에 작은 용기가 남는 작품입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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