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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맨 : 미야자키 하야오
스티브 앨퍼트 지음, 최영호.김동환 옮김 / 북스힐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일본 대중문화가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전, 해적판으로 먼저 만났던 작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의 토토로]였습니다.
아이들의 동심을 따라가는 아름다운 이야기, 동화책을 그대로 펼쳐 놓은 듯한 그림, 그리고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에 남는 정서가 단번에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뒤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작품들은 늘 제 영화 리스트의 위쪽에 자리 잡았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이면서 동시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였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앨퍼트의 <네버엔딩 맨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 익숙한 지브리의 세계를 조금 다른 자리에서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1996년부터 15년 동안 지브리의 유일한 외국인 임원으로 일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작품의 감상보다, 지브리가 세계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겪어야 했던 현실적인 과정들이 담겨 있습니다.
일본 문화를 잘 몰랐던 외국인이 지브리 안에서 적응해 가는 이야기, 반대로 일본의 창작자들이 해외 바이어와 협상하며 자기 작품을 지키려 했던 장면들이 함께 펼쳐집니다.
책의 상당부분이 [원령공주]를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디즈니와 협상하는 과정이 나오는데요, 저는 막연히 “원작에 영어 더빙만 입히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실제 과정은 훨씬 복잡했습니다.
번역 하나에도 뉘앙스가 달라지고, 음향과 화면의 세부 조정에도 여러 의견이 오갑니다.
프레임 단위로 이미지를 살피고, 일본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장면이 미국에서는 다른 의미로 읽히는 상황도 생깁니다.
예를들어 가족이 함께 목욕하는 장면처럼 문화권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각이 달라지는 대목은, 영화가 국경을 넘는 일이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책을 읽으며 새삼 느낀 것은 지브리가 미야자키 하야오 한 사람만으로 움직인 세계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지브리의 중심에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있습니다.
그의 고집, 열정, 독특한 감각은 작품의 뼈대이자 영혼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 곁에는 모회사 도쿠마 쇼텐의 도쿠마 회장, 그리고 제작자 스즈키 토시오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창작자의 세계를 현실의 시장과 연결하고, 때로는 밀어붙이고, 때로는 지켜내며 오늘의 지브리를 만들어 갔습니다.
<네버엔딩 맨 미야자키 하야오>는 우리가 사랑했던 지브리 작품의 뒷면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화려한 찬사보다는 협상, 오해, 시행착오, 문화 차이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습니다.
스크린 위의 아름다운 장면들이 세계의 관객에게 닿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조율과 노력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브리 영화를 좋아했던 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를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도 찾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