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타운
장세아 지음 / 북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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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가장 안전한 공간은 어디일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집’을 떠올리실 겁니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몸을 누이고, 긴장을 풀고,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래서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마음이 쉬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집에서 상상도 못한 폭력을 경험한다면 어떨까요.

문을 닫으면 안전해야 할 공간이 오히려 공포의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장세아 작가의 <세이프 타운>은 바로 그 ‘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심리상담사 지수는 자신의 집에서 중고거래를 하던 중 두 남녀에게 폭행을 당합니다.

낯선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왔고, 그 공간에서 폭력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지수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사건 이후 지수는 알코올에 의존하고, 약으로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본인이 심리상담사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상처를 이해하는 것과 상처를 견디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

지수는 친구가 운영하는 요가학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작은 소동을 계기로 미주와 가까워지게 되고 ‘세이프 타운’이라는 곳을 소개받습니다.

이름 그대로 가장 안전한 주거 공간을 표방하는 곳입니다.

마침 가해자의 부모가 지수를 끈질기게 찾아오는 상황이었기에 결국 지수는 세이프 타운에 입주하게 됩니다.

처음 세이프 타운은 지수에게 구원처럼 느껴집니다.

규칙은 많지만, 그 규칙들이 자신을 지켜줄 것처럼 보입니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차단된 공간, 철저한 보안, 같은 상처를 지닌 듯한 사람들.

오랜만에 지수는 안정감과 행복을 느낍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 안전이 조금씩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규칙들이 어느 순간 자유를 제한하는 장치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보호와 감시의 경계가 흐려지고, 안심과 통제가 묘하게 뒤섞입니다.



이야기가 후반부로 넘어가면 세이프 타운 구성원들이 품고 있던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납니다.

이들은 단순히 안전한 집을 찾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트라우마를 품고 있었고, 그 상처를 벗어나기 위해 서로 공모하고 협력합니다.

그들이 선택한 방식은 사적 복수입니다.

법과 제도가 충분히 지켜주지 못했다고 느낀 사람들이 스스로 응징자가 되는 것이죠.

피해자가 더 이상 도망치기만 하지 않고, 가해자에게 되돌려주는 장면은 독자에게 강한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하지만 복수의 짜릿한 희열 뒤에는 죄책감과 불안, 또 다른 두려움이 따라옵니다.

상처받은 사람이 복수를 통해 정말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상처의 방식만 바뀐 채 또 다른 감옥에 들어가는 것일까요.

<세이프 타운>은 이 질문을 끝까지 붙잡고 갑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복수극으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고통, 안전에 대한 갈망, 공동체라는 이름의 폐쇄성, 그리고 정의와 복수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까지 함께 생각하게 만듭니다.

<세이프 타운>은 전개가 빠르고 장면 전환도 선명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인물의 불안이 섬세하게 묘사되고, 사건이 하나씩 겹쳐지면서 긴장감도 꾸준히 올라갑니다.

특히 ‘안전한 집’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불안의 공간으로 바꾸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집, 보안, 이웃, 규칙처럼 평범하고 일상적인 요소들이 작품 안에서는 점점 낯설고 섬뜩한 장치로 변합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면서도 계속 의심하게 됩니다.

여기는 정말 안전한 곳일까. 이 사람들은 정말 지수를 도와주는 걸까.



심리 스릴러답게 반전과 긴장감도 충분합니다.

도파민 돋는 요소들이 많아서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회복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복수극이 되고, 다시 인간의 죄책감과 불안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세이프 타운>은 묻습니다.

안전이란 무엇일까요.

나를 해친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내 안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것일까요.

그리고 복수는 정말 상처 입은 사람을 안전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책을 덮고 나서도 이 질문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안전한 공간을 찾아 들어간 사람들이 가장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

<세이프 타운>은 그 모순 속에서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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