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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팝니다
머쉬캣 지음 / 두번째봄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어릴 적 참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가끔씩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새벽녘 시장에서 팔던 뜨거운 콩국물인데요, 달콤한 국물에 인디안밥을 말아 먹던 기억입니다.
대만의 또우장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분명 다른 맛이었는데, 그 기억이 너무 강해서 몇 년 동안 비슷한 맛을 찾아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완전히 같은 맛은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 그리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늘 아쉬웠던 점은, 그 맛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그 감각과 분위기까지 그대로 전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머쉬캣의 <기억을 팝니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하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기억을 떠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기억 속의 감각과 경험을 타인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입니다.
이 설정만으로도 꽤 흥미롭습니다.
누구나 잊지 못하는 맛이나 냄새, 어떤 순간의 감정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니까요.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는 서길수 박사도 비슷합니다.
어린 시절 먹었던 양념치킨의 맛을 잊지 못한 그는 그 기억을 온전히 재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이브’를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이 기술은 점점 발전해 단순한 맛의 재현을 넘어, 타인의 기억과 경험을 깊이 몰입해 체험하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인데요, 사람들은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현실보다 기억과 가상 체험 속에서 더 큰 만족을 느끼기 시작하죠.
결국 현실과 사이버 세계의 경계는 흐려지고, 그 틈을 이용해 시스템을 장악한 ‘덱스’는 에덴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의 사고와 행동까지 통제하려 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진실을 추적하는 이은솔 기자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순수한 영혼의 친구들이 나서며 이야기는 본격적인 긴장감을 갖게 됩니다.

요즘은 점점 더 도파민의 노예가 되는 것 같습니다.
숏츠와 릴스처럼 짧고 강한 콘텐츠에 익숙해질수록, 인간의 욕망도 더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기억을 팝니다>는 기술이 인간의 욕망을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끝에서 '인간다움'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편리함과 새로운 가능성을 줍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가 하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이 소설은 그 질문을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냅니다.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마지막에는 결국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