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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휴머니즘이다 고로 존재한다
백지희 지음 / 빅마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최근 기업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ESG일 것입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라는 세 단어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왠지 모르게 '대기업만의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백지희 작가의 <디자인은 휴머니즘이다 고로 존재한다>는 전혀 다른 길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ESG를 멀리서 거창하게 바라보는 대신, ‘디자인’이라는 생활 속 언어로 ESG를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디자인을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롭게 하고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행위로 정의하는 순간, ESG라는 단어가 확 갑자기 가까워집니다.
저도 읽으면서 “결국 사람을 향한 마음이 ESG의 근간이구나”라는 생각이 깊이 공감되더군요.
이 책에는 17개의 기업을 하나하나 정성껏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낯설 수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인데, 하나같이 자기만의 철학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책이 딱딱한 경영학 이론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풍성한 사진과 함께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 있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치 잡지를 읽듯 편안했습니다.
작가는 이 기업들을 통해 '기업이 크든 작든 철학이 곧 브랜드'라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그 과정이 참 따뜻하고 설득력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특히 제 마음에 오래 남은 사례가 두 가지 있었는데요, 먼저 솔라카우.
태양광 배터리라고 하면 흔히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라고만 생각합니다.
그런데 솔라카우는 학생들이 학교에 와야만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에너지를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가 된 것이죠.
“이게 바로 디자인의 힘이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디자인이 단지 외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를 풀어내는 기능적 지혜라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또 하나는 핸드픽트 호텔이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숙박 공간이 아니라, 1층과 지하 1층을 지역사회의 문화 활동 공간으로 개방하고 있더라구요.
호텔이 지역사회와 상생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속가능성이 어떤건지 느끼게 해줬습니다.
‘투숙객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통념을 깨뜨린 이 발상 자체가 휴머니즘적 디자인이 아닐까요.
책을 덮고 나니 디자인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걸 느꼈습니다.
그동안 디자인을 ‘겉모습을 꾸미는 일’ 정도로만 여겼다면, 이제는 기업의 가치와 철학을 담아내는 도구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직접적으로 ESG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작은 기업들이 사람을 향한 시선을 담은 디자인으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모습이야말로 ESG의 가장 현실적이고 따뜻한 얼굴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 “ESG는 나랑 상관없어”라고 생각하셨다면, 이 책을 한번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아마 읽고 나시면, 일상 속에서 만나는 물건 하나, 공간 하나도 조금은 다르게 보이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