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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마인드 - 아미&영웅시대
박선민 지음 / 북코리아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초등학교 때 제가 처음 산 앨범은 바로 변진섭 2집(‘너에게로 또 다시’와 ‘숙녀에게’가 실린 그 음반)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열렬한 팬이라기 보다는 앨범을 사는 것만으로 제 마음을 표현했죠.
이후 '015B'와 '윤종신'을 좋아하고 팬이 되었지만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조용히 응원하는 소극적인 팬이었습니다.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노이즈’, ‘솔리드’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팬덤이라는 단어가 피어나기 시작했죠.
특히 ‘H.O.T.’와 ‘젝스키스’, '핑클'과 'S.E.S'의 팬클럽은 대단했습니다.
(저는 ‘핑클’을 좋아했습니다. ^^)
사진을 모으고, 늘어질 정도로 테이프를 듣고, 앨범 속 사진 한 장조차 손에서 놓기 아까워 하던 기억이 나네요.
이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 속 팬심은, 이름 붙이기 전부터 이미 ‘팬덤’이었나 봅니다.
박선민 작가는 이미 <케이팝 인사이트>라는 책을 통해 케이팝의 흐름을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명쾌한 키워드로 짚어낸 바 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며 저는 이분이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문화콘텐츠의 본질을 꿰뚫는 식견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리고 이번 <팬덤 마인드>에서도 그 통찰은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팬덤이라는 복잡하고 감성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차분한 시선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에게 생각의 도구를 건네줍니다.
<팬덤 마인드>는 BTS의 아미와 임영웅의 팬덤인 영웅시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칩니다.
이들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전 세계 음악 차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광고 시장을 움직이며, 심지어 선한 영향력으로 기부와 자선에도 열정적으로 앞장서고 있죠.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것이 ‘자발성’이라는 겁니다.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저 우리 가수를 위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죠.
박선민 작가는 이러한 움직임을 단순한 팬심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적 에너지로 해석합니다.
이 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은 아미와 영웅시대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지만, 사실 다른 팬덤에서도 동일한 진동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흔히 ‘덕질’이라 부르는 그 활동들, 굿즈 제작, 팬아트 창작, 온라인 커뮤니티 활성화, 소규모 이벤트 기획 등 모두가 새로운 창조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입니다.
박선민 작가는 팬덤을 통해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문화 생산자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팬덤은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나아가 문화 흐름을 바꾸는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지요.

"팬들을 뛰놀게 하라"
마케터의 눈으로 책을 읽다 보면, 팬덤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비자 ‘대다수’를 상대로 한 전통적인 마케팅은 이제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팬덤은 어떨까요?
팬덤 내에 이미 형성된 열광적 소비층이 있고, 그들의 활동은 바이럴을 넘어서 트렌드 자체를 만들어냅니다.
광고 캠페인, 굿즈 판매, 공식 행사 등 모든 영역에서 팬덤은 자연스럽게 ‘셀링 포인트’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업과 브랜드도 팬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팬덤과 공생하는 시대입니다.
<팬덤 마인드>는 단순한 팬덤 현상 분석서를 넘어서 우리 시대를 깊이 있게 읽어내는 문화서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개인의 작은 좋아함이 모여서 거대한 문화적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함께하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은 팬덤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팬덤 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와 청년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