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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골목 여행 -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송은정 지음 / 꿈의지도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일본 여행 경험이 많지 않은 저에게 일본은 여전히 신비로운 나라입니다.
레이오버로 잠깐 들른 오사카와 출장으로 스쳐간 도쿄의 기억이 전부지만, 그 짧은 순간들 속에서도 일본 골목길만의 고요함과 특유의 정서는 깊이 남아있습니다.
도쿄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을 교토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날 때쯤, 송은정 작가의 <교토 골목 여행>을 만났습니다.
책의 부제인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는 이 책이 추구하는 여행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작가는 유명한 관광지나 인스타그램에 올릴 법한 화려한 명소 대신, 지나가다 문득 들어서고 싶은 골목길과 작은 가게들, 그리고 교토 사람들의 일상 풍경에 시선을 둡니다.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마치 교토의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작가만의 섬세한 언어로 시를 읊듯 차분히 펼쳐지는 문장들은 독자를 재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도록 이끕니다.

작가가 포착한 교토는 조용하면서도 사람냄새가 나는 도시입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메인 스트리트에서 한 걸음만 옆으로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골목들은 각각 고유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런 골목들을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까지 함께 전달합니다.
글밥이 많지 않은 풍경 묘사들을 읽다 보면, 마치 제가 직접 그 골목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작가의 눈을 통해 바라본 교토는 화려하지 않지만 깊이 있고, 시끄럽지 않지만 생동감이 넘치네요.
각 골목의 풍경을 소개한 후에는 그곳에 숨어있는 맛집, 가게, 카페 등의 명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단순한 맛집 리스트가 아닙니다.
작가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이야기들은 단순히 '가봐야 할 곳'을 넘어서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듭니다.
메뉴나 가격, 영업시간 같은 정보보다는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감정, 그리고 그 공간만의 특별함에 집중합니다.
덕분에 교토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는 실용적인 가이드가 되면서도, 여행을 떠나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마음의 여행을 선사합니다.

<교토 골목 여행>은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느림'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유명한 것보다는 진짜 의미 있는 것을 찾아가는 여행의 참맛을 보여줍니다.
교토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당장 여행 계획이 없더라도,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이 책을 권해 드립니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함께 교토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