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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일기
최민석 지음 / 해냄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보통 여행 에세이는 떠난 사람의 시선으로 여행지의 풍경을 담아 냅니다.
하지만 최민석 작가의 <마드리드 일기>는 조금 다르네요.
여행자가 아니라 '살아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도시를 관찰하고 기록한 책입니다.
여행 에세이를 많이 읽어 봤지만 날마다 일기 형식으로 일상을 기록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그걸 해내네요.
최민석 작가는 한 달 동안 스페인 마덕리(마드리드)에서 생활하며 접한 일상의 느낌들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고 이를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시선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 낯선 도시에서의 일상
책의 첫 장을 펼치면, 마드리드라는 도시의 낯설지만 생생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러나 작가는 그 풍경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살아가는 여행객의 고군분투와 언어 장벽 속에서 겪는 소소한 해프닝, 그리고 작가로서의 고민까지, 이 책에는 웃음과 공감이 가득합니다.
특히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작가의 유머감각입니다.
자신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위트 있게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네요.
저렴한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하거나, 스페인어를 몰라 생긴 난처한 상황을 재치있게 풀어내는 대목에서는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때로는 코로나에 걸려 힘든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세탁기와의 전쟁을 치루면서 하나둘씩 옷이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보자니 여행객의 낭만과 함께 처량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디에도 존재하는' 로드리고와의 수많은 에피소드는 작가에게 힘이 되어 주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유쾌한 일상 에세이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마드리드에서의 생활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한국에서의 삶과 비교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 과정을 함께하며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살아본다는 것, 그리고 그 경험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며
더 나아가,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여행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여행이 단순히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이 책은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마드리드에서의 작은 순간들을 세심하게 기록하며, 우리에게 삶의 다양한 면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네요.
최민석 작가님 특유의 유쾌한 문체 덕분에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마덕리에서 보낸 두 달 동안의 기록이지만, 어쩌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 같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몇 달 동안 여행지에서 낯선 언어를 배우며 여유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네요.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일상 속에서 작은 위로와 공감을 찾고 싶은 독자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