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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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끝낸 고3 겨울이었습니다.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학교에 면접을 보러가는 날이었죠.

멀리 대구까지 가는 나와 친구들을 위해 아버지는 손수 차를 운전해 학교까지 바래다 주기로 하셨습니다.

전날 도착해 학교 근처 여관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새벽 두군데 학교를 왔다갔다 하던 분주한 아침이었죠.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두꺼운 지도책과 표지판만 보며 길을 떠나던 그때의 여행아닌 여행과,

묘한 설렘에 잠못들던 전날밤, 그리고 뽀얗게 내리던 그 새벽 첫눈의 공기를 아직 기억합니다.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던 아들에게 아버지는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전작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엄마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해 준 신경숙 작가가 이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엄마에 관한 책을 쓰셨으니 아빠에 관한 책도 나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저만 그렇게 생각한건 아니었더군요. ^^

신경숙 작가는 이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요?

마지막에 작가의 말을 보는데 이 얘기가 나와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시자 고향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위해 딸 헌이가 아버지에게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어버린 헌이는 그동안 무심했던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는데요,

아버지의 과거를 돌아보며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는지 생각해 봅니다.

특히 첫째 오빠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자식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바라는 거시 업따

하늘 아래 니 몸 건강한 거 그거면 된다'

항상 이렇게 끝나는 아버지의 편지.

소설 속 아버지는 특정한 개인이 아닌 우리의 모든 아버지들의 이야기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보다 먼저 가족을 생각하며 인생을 '살아내는' 아버지의 모습 말이죠.

'나는 아버지를 한번도 개별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도 그제야 깨달았다. 아버지를 농부로, 전쟁을 겪은 세대로, 소를 기르는 사람으로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버릇이 들어서 아버지 개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게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p.197

돌아보면 나도 아버지 개인에 대해 정확히 아는것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지네요.

아들과의 편지에 이어 주변사람들을 통해 아버지의 모습을 돌아보는 '그에 대해서 말하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다각도로 조명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보지 못한 부분들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채워지는 느낌이랄까?

우리 가족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면 좋겠네요.

아버지에 대해, 아버지의 삶에 대해 이렇게도 묵직하게 써 내려갈 수 있을까요.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탁하고 박히네요.

'살아냈어야,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용케도 너희들 덕분에 살아냈어야,라고.'

코로나때문에 고향에 못 간지도 오래되었네요.

할머니와 부모님 뵈러 내려가야겠습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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