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시자 고향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위해 딸 헌이가 아버지에게 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어버린 헌이는 그동안 무심했던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는데요,
아버지의 과거를 돌아보며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는지 생각해 봅니다.
특히 첫째 오빠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자식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바라는 거시 업따
하늘 아래 니 몸 건강한 거 그거면 된다'
항상 이렇게 끝나는 아버지의 편지.
소설 속 아버지는 특정한 개인이 아닌 우리의 모든 아버지들의 이야기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보다 먼저 가족을 생각하며 인생을 '살아내는' 아버지의 모습 말이죠.
'나는 아버지를 한번도 개별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도 그제야 깨달았다. 아버지를 농부로, 전쟁을 겪은 세대로, 소를 기르는 사람으로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버릇이 들어서 아버지 개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게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p.197
돌아보면 나도 아버지 개인에 대해 정확히 아는것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지네요.
아들과의 편지에 이어 주변사람들을 통해 아버지의 모습을 돌아보는 '그에 대해서 말하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다각도로 조명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보지 못한 부분들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채워지는 느낌이랄까?
우리 가족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면 좋겠네요.
아버지에 대해, 아버지의 삶에 대해 이렇게도 묵직하게 써 내려갈 수 있을까요.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탁하고 박히네요.
'살아냈어야,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용케도 너희들 덕분에 살아냈어야,라고.'
코로나때문에 고향에 못 간지도 오래되었네요.
할머니와 부모님 뵈러 내려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