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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년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2월
평점 :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있을겁니다.
과거로 돌아가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죠.
영화 [백 투더 퓨처]처럼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2061년>은 타임머신이나 기계를 이용해 과거로 가는 방식이 아니라 뉴런의 전기 신호를 복사해서 과거에 살던 다른 인간의 뇌로 전송하는 방식의 탐사 기술을 사용합니다.
숙주라고 불리는 과거의 인물에 접속하면 과거 인물의 몸에 현재의 정신으로 탐사를 할 수 있는 것이죠.
주인공인 심재익은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2061년에 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이도 문자를 사용하여 세상을 장악하였고, 한때 세상의 중심이었던 대한민국은 2049년 전쟁으로 사라지고 한국인은 세계 곳곳으로 나라를 잃은채 떠돌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세계는 주기적인 팬데믹이 발생하고 있는데 과거의 '치명적 옛것'이라 불리는 바이러스를 통해 백신을 만드는 상황이어서 과거로의 탐사가 중요했던 거죠.
한 달 뒤 '아바돈'이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된 최악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등장할 예정인데, 심재익의 임무는 1896년으로 가서 그때 나타난 에이치원 데모닉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2049년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끔 그 원인이 되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태워버리라는 특수한 임무도 있죠.

과거로의 시간여행, 그리고 팬데믹 상황.
이러한 설정은 제가 좋아하는 코니 윌리스의 <둠즈데이북>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서도 학문적 탐사를 위해 과거로 돌아갔는데 페스트 시대로 잘못 떨어져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두 작품 모두 과거에서 일어난 일을 되돌려도 역사는 결국 원래대로 흘러간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네요.
암튼, 이도 문자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음모와 혈투가 벌어지는데요...
우선 '국뽕'이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느낌입니다.
한글의 위대함이야 자랑할만한 일이지만, 이도 문자가 세계공용어가 되고 급기야 이 세상의 평화를 좌지우지 하는 것이 훈민정음해례본이라니...
대체역사소설이 가진 특징이긴 하지만 이러한 장르를 처음 읽으시는 분들은 조금 당황스러우실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이야기의 곁가지가 너무 많아서 장황한 느낌입니다.
주인공인 심재익과 또 다른 주인공인 수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렸고, 한글창제와 여진족의 이야기들이 방대하게 흘러나와 산만한 감이 있네요.
아마도 역사의 큰 그리을 보여주고 싶었던 작가의 욕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소설적 재미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 아쉬움이 있지만 한글에 관한 새로운 상상력은 흥미로웠고, 아울러 훈민정음 해례본에 관한 역사와 상주본에 관한 논란도 다시한번 찾아 보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작가가 말한 '문자학적 사치'에 관한 탐구가 계속되길 바래봅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단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