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 미래 - 두 번째 금융위기의 충격과 대응
김영익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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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익은 이제 애널리스트가 아니다.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다. 그래서 이 책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명성을 떨치던 애널리스트가 업계를 생각치 않고 양심에 떳떳한 글을 썼다는데 안 읽을 도리가 없었다.

이 책의 장점은 아주 구체적이란 데 있다. 인구절벽과 같은 거대한 담론이 아닌, 수학적 계산에 의거한 미시적 분석이라 위기론을 이야기하는 다른 책과 달리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저자는 중국발 경제 위기를 우려한다.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투자가 허브 스타인의 말처럼, 중국의 과잉투자는 언젠가 구조조정을 유발할 것이고, 그 시점(2017년)에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올 것이란 분석이다.


자금이 필요한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판다. 달러 자산은 폭락하고 엔화와 유로화는 폭등한다. 이 위기를 예측하지 못 한 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한국 경제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저자는 이 시나리오에 기초해 한국 경제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전한다.


가계는 1% 저금리 시대에 대비하고 기업은 가계 소득을 늘려 총수요를 부양해야 하며 정부는 공공부문의 부채는 털고, 위안화 거래소를 설립하며 해외 투자에 나서고 한국은행은 만성적 디플레이션과의 지리한 싸움에 돌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쉬운 해답은 없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은 필수다. 누군가는 피를 흘리고 누군가는 처절히 무너질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모순이 영원히 지속되진 않을 것이다. 변화 하느냐, 변화 당하느냐 우린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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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테스트
티모시 가이트너 지음, 김규진.김지욱.홍영만 옮김 / 인빅투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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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가이트너는 말한다. 내가 옳았다고. 오바마 정부가 미국 경제를 구했다고.

<스트레스 테스트>는 2008년 금융 위기 중 자신을 비난한 공화당과 진보 언론, 대중들의 논리을 설파한 준비된 청문회 답변 같은 느낌이 든다. 희미한 기억에 의존한 자서전의 지루함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이 책의 단점이자 장점은 내용이 상당히 전문적이란 것이다. 마치 자신을 비난한 뉴욕타임스를 위시한 기자들을 가르치듯 쉽게 쓰지 않았고 훈계조가 가득하다. 그렇기에 경제와 정치에 관심이 많아 이 책을 들었더라도 금융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독자에겐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전문성 속에 등장하는 미국 정계의 의사 결정 과정과 그 비화가 너무나 흥미로워 책장은 계속 넘어간다.


기자를 공부했고 준비하고 있다. 선배 기자들은 관료와 거리를 두고 관치적 보도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말했다. 하지만 빈틈이 없고 논리적인 가이트너의 주장에 설복되고 포섭 당하는 느낌이다


그가 이야기하듯 대중의 분노에 항복해 도덕적 심판론을 주장하는 기자와 좌파 세력은 포퓰리스트처럼 보였고 위기 중에도 정치적 계산에만 몰두하는 공화당 정치인은 혐오스러웠다. 가이트너가 이끈 재무부와 벤 버냉키의 FED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만이 정답이라 느껴졌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위기와 그 결과를 두고 다투는 경제학적 논리 싸움이, 고군분투하는 미국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묻고 싶은 부분도 많았다. 물론 가이트너의 주장처럼 월가를 위한 정부의 구제금융이 없었다면, 미국은 대침체가 아닌 대공황을 겪었을 것이고 미국 시민은 더 큰 고통에 휩싸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몇 가지 질문들이 있다. 가이트너가 `스트레스 테스트`로 구해낸 세상이 일반 시민들에겐 얼마나 살만한 곳인가? 앞으로 벌어질 또 다른 공황은 막을 수 있는가? 금융위기 후 다시 치솟은 미국 주식 시장에서 누가 돈을 벌었는가? 부동산 거품이 터져 집을 잃은 서민들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왔지만, 복원된 삶 그 자체가 별로라면, 우리가 사는 현 체재를 유지할 이유는 무엇인가?


바니 샌더스처럼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어렵더라도 현 체재를 유지하고 개선해가자는 가이트너의 편이다. 하지만 국민의 혈세를 들이고, 자신의 정책을 반대한 이들을 멍청이로 몰아 붙인 가이트너의 세상은 그의 당당한 태도만큼 멋지거나 아름답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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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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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주제지만 읽힌다. 이렇게 설득력 있게 독자를 끌어당기는 경제 책은 오랜만이다.

해게모니는 항상 채권자가 가진다. 결국 중국이 세계 패권을 잡게 된다면 그 이유는, 공산당이 가진 미국 채권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채권자 해게모니가 문제라 지적한다. 특히 집을 살 때 말이다. 집을 사려 빚을 낸건, 무턱대고 집값이 오르길 바란 대중 탓만이 아니다. 빚을 유도했고 손쉽게 빌려준 은행의 책임도 있다.

문제는 집값이 폭락했을 때다. 이때 모든 책임을 채무자가 진다. 채권자는 폭락한 집을 압류해 팔아버리면 된다. 신용 팽창의 리스크가 없거나 매우 적단 뜻이다.

즉, 거품이 꺼지고 집값이 떨어질 때, 하위 소득자(채무자)의 타격이 상위 소득자(채권자)보다 크다. 이는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자의 수요가 감소하단 뜻이고, 결국 경제는 더 큰 침체에 빠져 채권자의 일자리까지 위협한다.

저자는, 이런 최악의 상황(우리가 이미 겪은)을 벗어나기 위한 책임분담제 모기지를 제안한다. 집값과 빚을 연동해, 호황일 땐 채권자가 추가적인 이자 수익을 얻고 불황일 땐 채무자의 빚을 깎아주잔 것이다. 부동산 투기꾼들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도덕적 잣대를 넘어,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는 현실적 타협점을 찾자고 말한다.

이렇게 쉽게 쓰인 책을 장황히 설명해 겸연쩍다. 읽어보면 안다. 설득되고, 현 부동산 대출 체계의 문제점도 한눈에 들어온다. 원문으로 한번 읽고, 두번째는 번역본으로 읽었다. 번역이 충실해 읽는 맛이 원문 못지 않았다. 추천한다. 아주 강력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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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목소리 - 미래의 연대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 새잎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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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록은 소리내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체르노빌의 기억과 고통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알렉시예비치의 열렬한 응원자가 되었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이 고통스러운 목소릴 읽어내릴 수 있었던 건, 기록즈 알렉시예비치의 문학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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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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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통이다. 발버둥치며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 그리고 전쟁은 그 고통의 정수이다.

한국 전쟁을 다루모 순교자처럼 삶 본연의 의미를 제기하는 한국 작가의 문학은 얼마나 되는가.

물론 순교자는 서양 중산층 지식인이 군침을 흘릴만한 다양한 주제들과 기독교적 고민 담겨 있다. 한국적이지 못 하다란 비판. 소설이 출간된 1960년대. 굶주리던 우리에게 이런 철학적 질문은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고통에 대한 물음은 그때도 지금도 실존적이다. 우리는 왜 사는가. 왜 고통을 받는가. 우리는 왜 서로의 죽음을 앞당겼는가. 문학이 독자의 가슴에 이런 근원적 질문을 던질 때, 독자는 고민에 빠지고 또 살아갈 힘을 얻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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