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테스트
티모시 가이트너 지음, 김규진.김지욱.홍영만 옮김 / 인빅투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티모시 가이트너는 말한다. 내가 옳았다고. 오바마 정부가 미국 경제를 구했다고.

<스트레스 테스트>는 2008년 금융 위기 중 자신을 비난한 공화당과 진보 언론, 대중들의 논리을 설파한 준비된 청문회 답변 같은 느낌이 든다. 희미한 기억에 의존한 자서전의 지루함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이 책의 단점이자 장점은 내용이 상당히 전문적이란 것이다. 마치 자신을 비난한 뉴욕타임스를 위시한 기자들을 가르치듯 쉽게 쓰지 않았고 훈계조가 가득하다. 그렇기에 경제와 정치에 관심이 많아 이 책을 들었더라도 금융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독자에겐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전문성 속에 등장하는 미국 정계의 의사 결정 과정과 그 비화가 너무나 흥미로워 책장은 계속 넘어간다.


기자를 공부했고 준비하고 있다. 선배 기자들은 관료와 거리를 두고 관치적 보도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말했다. 하지만 빈틈이 없고 논리적인 가이트너의 주장에 설복되고 포섭 당하는 느낌이다


그가 이야기하듯 대중의 분노에 항복해 도덕적 심판론을 주장하는 기자와 좌파 세력은 포퓰리스트처럼 보였고 위기 중에도 정치적 계산에만 몰두하는 공화당 정치인은 혐오스러웠다. 가이트너가 이끈 재무부와 벤 버냉키의 FED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만이 정답이라 느껴졌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위기와 그 결과를 두고 다투는 경제학적 논리 싸움이, 고군분투하는 미국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묻고 싶은 부분도 많았다. 물론 가이트너의 주장처럼 월가를 위한 정부의 구제금융이 없었다면, 미국은 대침체가 아닌 대공황을 겪었을 것이고 미국 시민은 더 큰 고통에 휩싸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몇 가지 질문들이 있다. 가이트너가 `스트레스 테스트`로 구해낸 세상이 일반 시민들에겐 얼마나 살만한 곳인가? 앞으로 벌어질 또 다른 공황은 막을 수 있는가? 금융위기 후 다시 치솟은 미국 주식 시장에서 누가 돈을 벌었는가? 부동산 거품이 터져 집을 잃은 서민들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왔지만, 복원된 삶 그 자체가 별로라면, 우리가 사는 현 체재를 유지할 이유는 무엇인가?


바니 샌더스처럼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 어렵더라도 현 체재를 유지하고 개선해가자는 가이트너의 편이다. 하지만 국민의 혈세를 들이고, 자신의 정책을 반대한 이들을 멍청이로 몰아 붙인 가이트너의 세상은 그의 당당한 태도만큼 멋지거나 아름답진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