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시간>(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옮김, 이봄,2017)

내가 믿고 보는 작가님들이 몇 명 계신데, 그 중 한 분이 마스다 미리 작가님이다. 처음 작가님의 책을 접한 것은 아마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였다. 그 때 당시 아마 화 나는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읽고 나니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 책 저 책을 다 찾아보면서 읽게 되었다. 최근에 나온 이 책 "차의 시간"까지 합쳐서 마스다 미리 작가님 리플렛을 보면서 내가 모든 책을 다 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만큼 작가님의 어떤 주제로 쓴 글이든 에세이 만화 할것 없이 다 읽었다. 그래서 더 기대 되었다. 요즘 같이 차를 마시는 시간이 많을 때, 어떤 에피소드로 책을 꾸몄을지 궁금한 마음을 가지며 책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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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작가님은 올해 49세의 만화가 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이시다. 진솔함과 담백한 위트로 진한 감동을 준 만화 '수짱 시리즈'를 통해 유명해졌으며, 3~40대 여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작가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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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작가님의 신간이 나오면 무턱대고 읽어보는 편이니,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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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작가님의 여느 책이 그렇듯, 차의 시간을 가질 때의 에피소드를 통해 여러 가지의 울림을 가져다 준다.
"가게 안이 고요해진 순간에 이 대사가 울렸습니다. “나 행복해지고 싶어.”(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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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면 이제 끝. 이것은 물론 그녀의 본심입니다. 본심이긴 하지만 굳은 믿음이 아니라 참새 눈물 정도의 본심으로, 서른 살이 돼도 모든 게 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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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연히 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에피소드를 보는 것 역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 혼자 차를 마시며 일하면서 우연히 들리는 이야기에 생각해보기도 하는 내 일상도 반영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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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 자아성찰의 부분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하는 그런 자아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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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도 높을 것 같고, 마흔 다섯이나 되어서 이런 걸 먹어도 될까요…...그래도 하루하루 늙어가니까, 가장 젊은 오늘 먹는 것이 베스트일지도요.(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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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어째서 커피만 시키는 게 안 될까?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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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다이어트나 건강에 대해서 생각을 아무래도 하게 되니 나 역시 이런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요번 "차의 시간"에는 한국에 오셨을 때의 에피소드까지 포함 되어 있어서 더 눈길이 갔다.
"한국에서는 혼자 한 개씩 디저트를 먹기보다 여러 가지 주문해서 함께 먹는 것이 보통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 카페에 가서 놀란다고 합니다.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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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작가님이 이렇게 이야기 하니 또 한 번 각자 먹지 않는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냥 꼭 차의 시간이라서 생각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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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어떤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전에 읽은 책에 산불을 기다리는 씨앗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자연발화로 산불이 나기를 간절히 기다렸다가 다른 나무가 타서 없어지고, 충분한 빛을 확보했을 때 단단한 과실에 씨를 흩트려, 나무로 성장해가는 그런 씨가 있듯이, 사람도 여러 타입이 있어서 서로 살아남는 거로구나.(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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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작가님의 책은 어떻게 보면 남는 것이 없는 정말 일상이라고 생각하고,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작가님의 책은 그 일상이 그냥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되는 책이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나 만의 "차의 시간"를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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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차의 시간 따뜻한 한 잔의 커피를 이 아이들의 일상에서 빼앗는 일이 없기를 계산서를 들고 일어설 때, 마음은 이미 다음 ‘차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p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