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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평점 :
이 책의 주인공의 이름은 구라시마 에지. 그의 직업은 교도소에서 직업훈련 교사로 근무하는 사람이다. 그의 아내 구라시마 요코는 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이다. 구라시마 에지는 그런 아내를 위해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살다 세상을 떠나길 원한다. 여행을 위해 캠핑카 준비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구라시마 요코는 캠핑카에 타보지도 못한 채 그렇게 세상을 뜨고 만다.
죽음을 맞이한 요코는 에지에게 유언을 의문의 숙제처럼 남겨 놓는다. 그것은 바로 편지 두 통 중 한 통은 요코의 고향에 있는 우체국에서 찾을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유골을 고향 바다에 뿌려줄 것. 그렇게 구라시마 에지는 아내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구라시마 에지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안기게 한다. 무엇보다 요코의 마지막 유언에 대한 의미는 책의 마지막에 있는 그녀의 편지를 통해 알 수 있었는데 에지를 향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느낄 수 있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 구라시마 요코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또한 서서히 죽음 앞에 다가가고 있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있는 구라시마 에지의 마음은 어떠할까.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보며 많은 감정들을 느낀다. 평범한 사람들, 보통의 일상을 마주하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라면 계절의 변화를 비관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쨍한 여름은 여름대로, 또 가을이 되면 높고 푸른 하늘, 그리고 낙엽. 흰 눈이 내리는 겨울, 그리고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까지. 매년 겪는 똑같은 변화지만 나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 마다 늘 신비롭고 새롭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한부 인생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느껴질까? 아마도 대부분 그렇지 않을 것이다. 구라시마 에지가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에 가까워지는 그 상황 속에서, 그는 계절의 변화가 위협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아름답지만 가시 같은, 그 가시는 우리의 마음을 찔러, 질척질척한 피를 흐르게 했다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세상에 하나 뿐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남은 시간을 보내게 될까 생각해 본다. 미래를 포기하고 남은 시간을 함께하기. 혹은 미래를 믿고 두 사람의 꿈을 위해 작업에 힘쓰기. 구라시마 에지는 갈수록 어느 쪽이 맞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하였는데 나 역시도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요코와 마지막 순간을 원하는 대로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요코가 떠난 후 구라시마 에지의 여행은 정말 멋진 여행이었고 또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동안에 산토카의 시라든지 요코가 좋아하는 멋진 글귀라든지,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의 글들이 대체적으로 아름답게 비유된 문체들이 많아서 읽는 재미를 더한 것 같다. 아! 이 책은 영화로도 이미 만들어져 있다고 하는데 조만간 감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