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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세계사 탐구 질문 수업 - 서술형·논술형 평가에 강해지고, 외우지 않아도 흐름이 잡힌다
정세정 지음 / 한언출판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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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이 수행평가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제목을 보고도 처음엔 또 하나의 세계사 참고서겠지했는데, 몇 장 넘겨보다가 바로 구입 버튼을 눌렀어요. 이 책은 내용을 쉽게 정리해 주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사를 아예 질문으로 배우는 과목으로 바꾸자고 제안하는, 방향 자체가 다른 책이더라고요.

우리 아이도 세계사는 열심히 외우는데 막상 시험지 앞에서는 흐름을 못 잡아 늘 아쉬웠습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다른 길은 없었는지 스스로 물어본 적이 거의 없으니,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았던 거죠

이 책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말하는 질문·탐구·성찰을 아주 구체적인 세계사 수업 장면으로 보여 줍니다. “왜 그 시대 사람들은 그런 선택을 했을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같은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부터도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세계사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좋았던 점은, 교사용 전문서처럼 어렵게 쓰이지 않았다는 거예요. 1맥락’, 2해석’, 3기억’, 4미래로 나눈 구성 덕분에, 세계사를 단순한 과거의 나열이 아니라 선택과 해석, 기억과 미래를 잇는 과정으로 다시 보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어떤 장은 소리 내서 읽고, 책에 나온 질문 틀을 그대로 가져와 이번 단원은 우리도 이렇게 질문을 만들어 볼까?” 하며 수행평가 준비를 했는데, 아이가 처음으로 세계사가 좀 재밌다고 말한 순간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 강조하는 서술형·논술형 평가, 디지털 문해력, 비판적 사고력이 말은 거창한데 실제로 집에서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은 그 막막함을 꽤 많이 덜어 줍니다. 단순히 많이 외워라가 아니라, 출처를 확인하고, 맥락을 읽고, 서로 다른 증거와 관점을 비교하는 법을 구체적인 수업 예시로 보여 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세계사 문제집 앞에 두는 개념서라기보다, 아이와 함께 공부 방향을 잡아 주는 배움의 가이드라고 느꼈습니다.

세계사를 버거워하는 중학생 자녀가 있거나, 새 교육과정이 도대체 무엇을 요구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 학부모라면 한 번 꼭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외우는 세계사에서 질문하는 세계사로 넘어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걸 보여 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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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 전쟁 : 광기와 오만 역사 딥 다이브 2
김휘찬 지음 / 한언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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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역사책이 이렇게까지 몰입감을 줄 수 있구나”였다. 솔직히 아시아–태평양 전쟁이라고 하면 머릿속에 ‘진주만 기습’이나 ‘히로시마 원폭’ 정도만 어렴풋이 떠올랐을 뿐, 복잡한 해전 이름이나 수많은 지휘관들의 얼굴은 늘 낯설고 어렵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저자는 단순한 전투 기록을 나열하는 대신, 전쟁의 순간을 “현장”으로 데려간다.

진주만 기습 전날 밤, 해군성 지하실에서 들려오는 긴장된 숨소리, 총리 관저에서 밤새 이어진 개전 논의, 미드웨이 해전 항공모함 함교 위의 혼란스러운 지휘 장면, 과달카날 정글 속에서 배고픔과 공포에 시달리던 병사들의 고통….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했다. 전쟁의 포화와 소음이 귀에 들리고, 바닷바람 냄새와 함께 그날의 공기가 피부에 와닿는 듯했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히 ‘생생한 전투 재현’에 머물렀다면 흔한 전쟁 서사로 끝났을 것이다. 진짜 놀라운 점은, 이 책이 그 모든 전투 장면 너머에서 “전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는 데 있다.

일본 사회는 전후에 ‘도조 히데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망쳤다’는 단순한 신화를 만들었다. 천황은 책임에서 배제되고, 일본 국민은 피해자이자 희생자인 듯한 자기서사를 세웠다. 하지만 저자는 이 서사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천황이 전쟁을 막기 위해 오히려 도조를 총리에 앉혔다는 역설적인 상황, 그 뒤에서 드러나는 무능과 책임 회피의 구조, 그리고 도조조차 천황의 의중을 따르며 회피하려 했던 아이러니…. 읽는 내내 ‘천황은 무죄, 도조만 악역’이라는 신화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특히 1969년 도쿄 황거 앞에서 한 참전 군인이 천황을 향해 새총을 쏜 ‘새총 사건’을 책의 서두로 가져온 대목은 압권이었다. 짧은 해프닝으로 보일 수 있는 그 사건이, 사실은 전쟁 책임을 묻는 일본 내부의 절규였음을 드러내는 순간, 나는 섬뜩할 만큼 전율을 느꼈다. 

이 책은 결국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질문’이다. 일본은 과거의 가해자였지만 동시에 오늘날 협력해야 할 이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저자는 “이해한다는 것은 용인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똑바로 이해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일본과 관계를 맺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질문은 남는다. “그 전쟁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과거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 쉽지만 가볍지 않고, 재미있지만 깊이 있는 책. 나는 이 책을 단순히 전쟁사로 읽지 않았다. 그것은 역사 스토리텔링 전쟁사의 진수이자, 일본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 거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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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그림자라도 바일라 20
김진형 지음 / 서유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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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평범한 성장소설인 줄 알았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 조별 활동, 서로 다른 성격, 그리고 우연처럼 엮인 사건.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이 이야기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마음의 충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다섯 명의 아이들과 함께 오래도록 감춰졌던 ‘속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 다섯은 그렇게 버려진 자리가 오히려 마음의 문이 열리는 출입구가 될 줄은 몰랐다. 서은중학교 1학년 7반 윤슬, 수영, 지우, 연아, 귤희. 이호 고택이라는 기피 유적으로 떠밀리듯 향한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은 인형 하나씩을 손에 쥐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감춰왔던 속마음이 형체를 갖고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마치 현실을 정밀하게 확대해 놓은 작은 스노우볼 같다. 안을 들여다보면, 미세한 감정의 입자들이 부유하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이야기로 응결되어 떨어진다. 그 이야기들이 바로 ‘친구 관계’라는 예민한 감정의 지형도 위를 걷는 다섯 아이의 내면이다.


윤슬의 그림자 인형은 친구가 되고 싶었던 아이를 향한 간절한 마음이 때로는 관계를 망치기도 하는 걸 보여주었다. 관계 맺기에 서툴러 자꾸만 오해를 사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귤희의 벌 인형은 삼각관계 속에서 감정의 중심에 서지 못한 아이의 억울함이자, 사랑을 잃은 자의 분노였다. 뾰족한 침이 꼭 마음 한 구석을 찌르는 것 같았다.
수영의 잠자는 인형은 내 안의 무기력, 죄책감, 외면하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누군가의 울음을 외면하고 돌아선 날, 나도 그런 인형을 갖고 있었는지 모른다.
연아의 귓속말 인형은 설렘과 불안이 교차하는 관계의 민낯이었다. 한 사람의 관심에 기댔다가, 그 작은 틈에서 무너지는 마음의 경계를 보며 나 역시 움찔했다.
지우의 쌍둥이 인형은 우정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의 상실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좋아했던 만큼 실망도 크고, 이해하려 해도 지치게 되는 감정. 어른이 되어도 반복되는 일이었다.


이 책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다양한 감정의 뒷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집착, 질투, 실망, 상실감… 어느 하나도 악의에서 시작된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어서’, ‘놓치기 싫어서’, ‘그냥 내 곁에 있어줬으면 해서’ 비롯된 마음들이다. 그러나 그것이 표현의 선을 넘는 순간, 관계는 금이 간다.

이 소설의 탁월함그 선을 넘기 직전의 순간, 혹은 넘은 뒤 후회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는 데 있다. 한 번쯤은 누구나 지나온,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감정의 이면을 작가는 인형이라는 중간 매개를 통해 서늘하면서도 따뜻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곁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은 작은 인형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인형이,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속삭이고 있는지도.

“괜찮아. 넌 그렇게나 애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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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기입장 저학년은 책이 좋아 41
김진형 지음, 심윤정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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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기입장은 있어도, 마음 기입장은 없던 아이에게 세상이 어떻게 보였을까.
『마음 기입장』은 그런 물음을 아이의 시선으로 정직하게, 그리고 때로는 가슴 아프게 그려낸다.


아이들의 속마음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부모의 무심한 한마디, 친구와의 미묘한 거리, 동생에게 쏠린 관심 속에서 ‘내 마음은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까’라는 감정은 점점 자라난다. 은샘이는 그 감정을 어떻게든 눌러 보려 애쓰지만, 결국은 ‘기록’하며 해소하는 법을 배운다.


흥미로운 건 이 책이 용돈 기입장의 형식을 빌려, 감정을 수치화할 수 없는 마음의 ‘입출금’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마음은 돈처럼 계산되지 않는다. 많이 주었다고 덜 남지 않으며, 되레 줄수록 더 커지는 신비한 자산이 된다. 이 책은 아이에게 그 개념을 가르치지만, 실은 어른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오늘 당신의 마음 기입장엔 무엇이 기록되었나요?”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나의 하루도 돌아보게 됐다. 무심코 지나쳤던 아이의 표정,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내 마음, 그리고 용서를 건넨 사람의 따뜻한 손길까지. 모두 마음의 입금이었고, 내가 자각하지 못한 채 저축하고 있던 감정들이었다.


『마음 기입장』은 단순한 성장 동화가 아니다.
이 책은 아이의 마음을 빌려, 어른의 마음에 말을 건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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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원의 쨍그랑 대모험 이야기나무 5
김진형 지음, 박재현 그림 / 반달서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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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반짝이지 않는다고, 낡았다고, 작다고 해서 소외되는 존재들이 있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10원짜리 동전도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가치는 크기로 정해지지 않는다"고.


내 지갑 속에도 늘 그런 동전이 있었다.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으로 받아 한참을 들고 다니다 결국 동전 바구니에 털어 넣거나, 빨래통 아래 깔려 있거나, 어쩌다 어딘가에 떨어뜨려도 주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망설이게 되는, 바로 그런 동전.


『510원의 모험』은 그 동전들 ― 잊혀진 존재, 작고 낡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 ― 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낸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작은 것도 소중해요’라는 교훈을 말하지 않는다. 이 동화는 화폐 속 숫자를 넘어서, ‘존재의 의미’와 ‘함께함의 힘’을 탐색하는 이야기다. 등장하는 주인공은 최신형 카드도, 번쩍이는 지폐도 아닌, 오래된 10원짜리 '십조 어르신'과 500원짜리 동전 '오롱이'. 한때는 시시하다고 느꼈던 오롱이가, 존재의 이유에 대해 고민하던 십조 어르신과 함께 세상 밖으로 구르며 펼치는 이 모험은 단순한 동전 탈출기가 아니다. 존중받지 못했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는 성장기이자, 세대 간 우정 이야기다.


이 여정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떡볶이가 먹고 싶어도 돈이 부족했던 아이에게 십조 어르신이 조용히 다가가 ‘소원을 이루어 준’ 순간이다. 작은 몸 하나 보태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조금 따뜻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동화는 너무나도 뭉클하게 전한다.


책 속에는 큰 지폐 ‘만복이 아저씨’처럼 이제는 낡고 해진 존재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영광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존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알려준다. 말 많은 어르신과 소심한 꼬마 동전, 너무 다른 두 존재가 함께 웃고, 울고, 다시 함께 구르는 이 쨍그랑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어쩌면 누군가의 꿈을 이루는 데 조용히 필요한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고.


『510원의 모험』은 어린이에게는 모험의 재미와 따뜻한 교훈을, 어른에게는 가치의 본질을 다시 묻게 하는 질문을 전하는 책이다. 잊혀가는 동전처럼, 잊고 지냈던 자신 안의 순수한 용기를 다시 꺼내게 만드는 이야기. 작지만 당당하게,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반짝이는 두 동전의 모험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짤랑이는 소리, 오늘 우리의 마음에도 살며시 울리고 있다.


쓸모’로만 평가받는 세상에서 ‘존재 자체가 가치’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리 안의 오롱이도, 십조 어르신도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구를 수 있기를.
쨍그랑―, 오늘도 나만의 모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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