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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원의 쨍그랑 대모험 ㅣ 이야기나무 5
김진형 지음, 박재현 그림 / 반달서재 / 2022년 7월
평점 :
세상에는 반짝이지 않는다고, 낡았다고, 작다고 해서 소외되는 존재들이 있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10원짜리 동전도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가치는 크기로 정해지지 않는다"고.
내 지갑 속에도 늘 그런 동전이 있었다.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으로 받아 한참을 들고 다니다 결국 동전 바구니에 털어 넣거나, 빨래통 아래 깔려 있거나, 어쩌다 어딘가에 떨어뜨려도 주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망설이게 되는, 바로 그런 동전.
『510원의 모험』은 그 동전들 ― 잊혀진 존재, 작고 낡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 ― 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낸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작은 것도 소중해요’라는 교훈을 말하지 않는다. 이 동화는 화폐 속 숫자를 넘어서, ‘존재의 의미’와 ‘함께함의 힘’을 탐색하는 이야기다. 등장하는 주인공은 최신형 카드도, 번쩍이는 지폐도 아닌, 오래된 10원짜리 '십조 어르신'과 500원짜리 동전 '오롱이'. 한때는 시시하다고 느꼈던 오롱이가, 존재의 이유에 대해 고민하던 십조 어르신과 함께 세상 밖으로 구르며 펼치는 이 모험은 단순한 동전 탈출기가 아니다. 존중받지 못했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는 성장기이자, 세대 간 우정 이야기다.
이 여정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떡볶이가 먹고 싶어도 돈이 부족했던 아이에게 십조 어르신이 조용히 다가가 ‘소원을 이루어 준’ 순간이다. 작은 몸 하나 보태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조금 따뜻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동화는 너무나도 뭉클하게 전한다.
책 속에는 큰 지폐 ‘만복이 아저씨’처럼 이제는 낡고 해진 존재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영광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존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알려준다. 말 많은 어르신과 소심한 꼬마 동전, 너무 다른 두 존재가 함께 웃고, 울고, 다시 함께 구르는 이 쨍그랑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어쩌면 누군가의 꿈을 이루는 데 조용히 필요한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고.
『510원의 모험』은 어린이에게는 모험의 재미와 따뜻한 교훈을, 어른에게는 가치의 본질을 다시 묻게 하는 질문을 전하는 책이다. 잊혀가는 동전처럼, 잊고 지냈던 자신 안의 순수한 용기를 다시 꺼내게 만드는 이야기. 작지만 당당하게,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반짝이는 두 동전의 모험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짤랑이는 소리, 오늘 우리의 마음에도 살며시 울리고 있다.
쓸모’로만 평가받는 세상에서 ‘존재 자체가 가치’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리 안의 오롱이도, 십조 어르신도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구를 수 있기를.
쨍그랑―, 오늘도 나만의 모험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