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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기입장 ㅣ 저학년은 책이 좋아 41
김진형 지음, 심윤정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4년 10월
평점 :
용돈 기입장은 있어도, 마음 기입장은 없던 아이에게 세상이 어떻게 보였을까.
『마음 기입장』은 그런 물음을 아이의 시선으로 정직하게, 그리고 때로는 가슴 아프게 그려낸다.
아이들의 속마음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부모의 무심한 한마디, 친구와의 미묘한 거리, 동생에게 쏠린 관심 속에서 ‘내 마음은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까’라는 감정은 점점 자라난다. 은샘이는 그 감정을 어떻게든 눌러 보려 애쓰지만, 결국은 ‘기록’하며 해소하는 법을 배운다.
흥미로운 건 이 책이 용돈 기입장의 형식을 빌려, 감정을 수치화할 수 없는 마음의 ‘입출금’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마음은 돈처럼 계산되지 않는다. 많이 주었다고 덜 남지 않으며, 되레 줄수록 더 커지는 신비한 자산이 된다. 이 책은 아이에게 그 개념을 가르치지만, 실은 어른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오늘 당신의 마음 기입장엔 무엇이 기록되었나요?”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나의 하루도 돌아보게 됐다. 무심코 지나쳤던 아이의 표정,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내 마음, 그리고 용서를 건넨 사람의 따뜻한 손길까지. 모두 마음의 입금이었고, 내가 자각하지 못한 채 저축하고 있던 감정들이었다.
『마음 기입장』은 단순한 성장 동화가 아니다.
이 책은 아이의 마음을 빌려, 어른의 마음에 말을 건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