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시간에 기대어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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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항공사에서 일하던 저자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결국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책에는 그가 겪었던 일상 속 이야기들이

당시의 감정과 함께 담담히 기록되어 있었다.

화려하거나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속에서

우리도 느낄법한 감정들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읽으면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장면은

평생 한 번도 요리를 하지 않던 아빠가

감자전을 만들어 아들에게 건네는 낯설면서도 따뜻한 장면이었다.

부모는 사랑을 주고 싶고, 아이는 사랑을 받고 싶고.

참 단순한데, 너무나 중요한 사실.

작가의 '어린애처럼 살고 싶다'는 말이 너무 와닿았다.

칭찬도 받고 꾸중도 받으면서 살고 싶은데

무엇보다도 '아무것도 안해도 사랑만 받으면서 살고 싶다'는 말.

어른이 되어가면서 우리는 어느새 무언가를

해야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존재 자체로 사랑을 받았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는 이유다.

나 역시 엄마에게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랑받았던,

말 그대로 ‘존재만으로 충분했던’ 아이.

누군가에게 존재 그자체로 사랑이 되려면

그건 부모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돌아가셔서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없어

가끔은 서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무한정 나를 사랑해주는 이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고

그것이 또 삶을 살아지게 하는 것 같다.

이제는 내가 그 사랑을 아이에게 주고 있다.

“엄마가 너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너가 가끔 미워질때도 있지만,

그래도 엄마는 늘 너를 사랑해.” 라고

입밖으로 꺼내어 아이에게 말한다.

아이 스스로가 존재만으로도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작가는 감정을 밖으로 잘 꺼내지 않는 사람이다.

가만히 내버려둬도 잘 지낼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이 넘어져 있어도 알아채지 못하게 살아온 사람.

나도 비슷한 구석이 있어 그 부분이 참 많이 공감되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고 낯설어

잘 표현하지 않았었는데,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아프고 곪아 터지기도 하니

그때그때 표현해야 내 마음이 곪지 않는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면서 깨닫게 된다.

그가 풀어낸 에세이를 읽으며 나이가 들수록

공감되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걸 느꼈다.

어릴 적엔 몰랐던 감정들이 어느새 내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그 감정들을 꼭꼭 눌러 담지 않고, 조심스레 꺼내 보이는 작가의 글이 고마웠다.

글을 읽으면서 나도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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