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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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보라 작가의 책을 예전에 접했을 때는 특유의 정서가 나와 맞지 않아 끝까지 읽지 못했지만, 이번 신간 장편소설 『아이들의 집』은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이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이름이었다. 무정형, 구, 삼각형, 줄넘기, 가루, 마름모, 평행선 등, 일반적이지 않은 이름들이라 처음에는 낯설고 적응이 어려웠다. 하지만 읽는 내내 왜 작가가 이런 이름을 붙였을지 계속 궁금했다. 추상적이고 비인격적인 이름들은 인물들의 개별성을 지우면서도, 사회 시스템 속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과 위치를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


무정형이 사는 사회에서는 국가가 돌봄과 양육을 책임진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집’이라는 공동체에서 지내거나, 부모와 함께 지내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부모들도 상황에 따라 아이를 공동체에 맡길 수 있고, 집 역시 제공된다. 모든 시민은 한 달에 한 번 돌봄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처럼 돌봄이 가족의 몫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이 된 설정은, 실제 한국 사회의 저출생 문제와 돌봄의 한계를 날카롭게 비추는 장치로 작용한다




주인공 무정형은 주택관리 조사원으로, 자신이 담당하는 건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귀신을 목격하고, 죽은 아이가 ‘아이들의 집’ 출신이며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건을 파헤치며 다양한 인물과 사연을 만나고, 돌봄과 학대, 해외입양 등 현실의 여러 문제들이 드러난다.


특히 해외입양된 ‘관’이 양부모가 국적 신청을 하지 않아 국적이 없는 상태로 남겨진 이야기는, 실제로 해외 입양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욱 충격적이었다.




처음에는 미스터리와 스릴러로서의 재미에 빠져들었지만, 읽을수록 소설 속 이야기가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한국 사회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만 할 뿐, 태어난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아이들의 집』은 돌봄의 책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 그리고 국가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정부가 출산과 아동에 대한 정책을 내놓을 때는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지, 그 중심을 제대로 파악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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