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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평점 :

일본 소설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이 책의 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 마스다 미리, 무라카미 류 등
유명 일본 작가의 작품들을 번역하신 유명한 분이다.
사실 나는 번역책을 읽을 때 작가만 기억하지 번역한 사람은 관심있게 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누가 번역하냐에 따라 글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에
누가 번역했는지도 책을 고를 때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겠다싶었다.
번역가들은 왠지 우아한 삶을 살 것 같은데
우리와 별반 다를바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의 권남희 번역가님.
오백만원을 빌려달라는 친구의 말에 본인도 돈이
없으면서 보험약관대출을 받아서 떡하니 이체해주는 그녀,
앞을 못 보는 노견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는 모습,
대중들 앞에 서면 온 몸이 덜덜 떨리는 모습이라던가
21년만에 만난 일본친구들과 만나 펑펑 울기도하고
갱년기를 보내며 힘들어했던 이야기 등
그녀는 소심한 듯 보이면도 강단있어 보였고
여리고 착하고 예의바르고 기본적으로 내면에 갖고 있는
사랑이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를 조곤조곤 담담하게 풀어낸 글을 통해
그녀의 삶을 엿보며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사람이 태어날 때 신이 던져 준 시나리오에는 의외로 세세하고 촘촘하게 인연의 작대기가 그어져 있는 것 같다.
이제 3분의 1정도 남았을 나의 시나리오에는 또 어떤 이들과 작대기가 그어져 있을까. 73p.

동물이나 사람이나 자기 가치관과 다르게 산다 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교만이다. 118p.
추억 속의 사람들은 잠시 소환했다가 제자리에 돌려 놓는 게 좋다.
긴 공백은 무엇으로도 메우지 못한다. 안부는 바람을 통해 듣도록 하자.125p
똑같은 무게가 어느 때는 더 무겁게 느껴지고, 똑같은 어둠이 어느 때는 더 짙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울증, 갱년기라고 하지만 지칠 때도 된 것. 옆에 50세 사람이 있거든 어지간하면 개기지 말아요.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들지 모르니.13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