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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동 타이거스 - 2013년 제1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최지운 지음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지난 주말에 영화를 보고 왔는데, 학교 다닐 때 전설의 주먹이었던 아이들이 40세가 되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 아이들이 각자의 생업을 하고 살고 있지만, 마음 속으론 무도인의 기질이 죽지 않았으며, 신체는 튀어나온 배와 지방 덩어리로 망가졌을지언정 패기는 그대로라는 것을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에 소위 잘 나갔던 애들은 신과도 같은 존재였고, 전설과도 같았는데 그들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라져 버린다는 건 어딘가 슬픈 마음이 든다.
옥수동 타이거스도 아련한 추억이 묻어나는 영화이다. 책의 소개에서는 계층갈등이나 옥수동 지역의 집값 하락과 재개발 문제 등 당시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비판이 묻어나는 글이라고 했지만, 이 책을 끌어가는 기본적 베이스는 친구간의 우정과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에 있다. 옥수동 용광고의 폭력서클인 오호장군과 서당동 (혹시 이것이 사당동을 빗댄 이름인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중앙외고의 폭력서클인 캡틴파이브가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오호장군이라는 서클 이름이 독특하다. 오호장군은 유비의 충직한 부하였던 관우, 장비, 조문, 황충, 마초를 뜻하는 이름인데 이 이름처럼 5명의 아이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용광고의 폐교가 확정되면서 폐교의 이유에 대해 조사가 들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중앙외고의 영향이 있었음을 알아챈 오호장군 5명은 캡틴 파이브를 상대로 결투를 신청한다. 서클들의 싸움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 매봉산 자락에 위치한 용광고의 폐교에 대한 이야기가 맞물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행정구역이 바뀌고 학교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허구라고는 하지만 이 당시의 우리 나라 역사가 반영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와 지명은 소설 속에서 지어진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지역과 학교의 명예 (!)를 걸고 벌이는 격투극이 흥미롭다. 싸움을 제일 잘한 유비의 장수들 다섯명은 이 책 속에서 성혁, 재덕, 규태, 지선, 현승의 이야기로 바뀐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적인 사정과 집안환경, 그리고 이들이 뭉치게 되는 사건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폭력 서클 하면 뭔가 남자들의 우정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유비 휘하의 진짜 오호장군과는 달리 옥수동 오호장군에는 홍일점인 '지선'의 이야기도 있어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