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당신의 반대편에서 415일
변종모 지음 / 달 / 2012년 2월
평점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독일, 미국, 그리고 작은 유럽의 도시들, 터키,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그루지아, 아르메니아, 이란, 미얀마, 태국 , 라오스.. 이 책에 쓰여진 나라의 이름들이다. 모여있는 도시들도 많으니, 세계 각처를 들렀다 하긴 좀 그렇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한 사람이 가본 지역 치고는 참 많다. 여행을 업으로 삼는 사람도 아닌데. 저자는 세상이 자신을 밀어내어 잠시 길을 잃었다 말한다. 그래서 다시 스스로 길을 나서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 책엔 고독한 그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세상을 여행하면서 여행지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기도 하지만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또 길을 떠난다. 이 책 속에는 그래서 방랑자의 향기가 짙게 배여있다. 회색빛의 우울한 마음 그리고 세상에 태어나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한 사람의 슬픔이... 하지만 그는 확신이 없고 가능성이 희박해도 믿음을 가지는 사랑을 꿈꾼다. 각국의 연인들이 따뜻하게 포옹하는 사진이 책에 많은 것은, 방랑자로서 이룰 수 없는 희망에 대한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태생적으로 가질 수 없기에 더욱 아름다운, 정착에 대한 욕망 말이다. 슬프지만 나와도 비슷한 점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공감을 했다. 독백으로 흐르는 그의 언어들이 남의 것 같지 않았다. 저자는 내가 추구하는 이상형의 사람이 아니라, 나처럼 방황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을 읽다보면 애잔한 감상이 파도처럼 일어나고 잠잠해지기를 반복하였다.
혼자 하는 여행은 외로운 날들의 연속이다. 고독을 오롯이 즐기고 생각을 정리해서 다시 돌아갈 곳으로 정착할 사람이라면 여행지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정을 주고 받는 것 보다는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서 펼쳐낼 에너지를 위해 여행에서는 그냥 쉬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이 책엔 세계 각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겉으로 관찰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집에 초대되서 식사를 하고, 감정을 나누고, 우정을 나누기도 하고, 사랑 때문에 설레이기도 한다. 몇년 전 만난 사람들과 다시 만나기도 하고, 1달 후에 독일의 맥도날드에서 저녁 여덟시에 만나자는 뜬금없는 약속을 나누기도 한다. 이런 모든 행동들에서 그가 사실을 사람을 많이 그리워하고 애정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더욱 짠하게 다가왔다. 아무도 그립지 않은 것 처럼 혈연으로 지연으로 학연으로 엮어놓은 대한민국의 포멀한 삶을 거부하는 그이지만, 사실은 너무 외롭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제목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