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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들여다보다 - 동아시아 2500년, 매혹적인 꽃 탐방
기태완 지음 / 푸른지식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보이는 표지가 인상적인 책이다. 저자는 원래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때문에 우리 나라와 동아시아에서 다루어지는 문학적 표현 속의 꽃과 나무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것들이 언제 문단에 나오고 어떤 상징을 가지게 되었는지 자연히 관심이 갔고, 그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렇게 책을 낼 정도가 되었다.우리에게 친근한 동백꽃, 수선화, 매화에서부터 선조들이 사랑했던 대나무, 모란, 난과 불교의 상징인 연꽃, 그리고 서민적인 향기를 풍기는 진달래, 복사꽃, 살구꽃, 배꽃같은 많은 꽃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그 꽃이 상징으로 쓰여진 한시들과 꽃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것을 보는 것은 분명 큰 즐거움이었다.
한시의 경우에는 한자와 그 풀이를 동시에 담아서 깊이를 더했다. 선조들이 사랑한 시들을 읽을 수 있어서 예전의 우리 나라에서 아름다웠던 꽃잎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하였다. 또, 어떤 꽃이 어떤 시에 등장함으로써 새롭게 상징이 되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것이 전통이 되어 그 꽃의 꽃말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애틋하고 낭만적인 사랑이야기에서부터 주군에 대한 정절을 노래하는 시 까지, 그 내용또한 다채롭기 그지 없다.
특히 책을 읽으며 환기가 되었던 점은 꽃과 나무들의 모습이었다. 도감처럼 정형화된 모습이 아니라, 우리 나라 산수를 돌아다니면서 직접 찍은 듯한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가령 소나무에 대한 한시를 소개하는 파트에서는 예천 석송령 소나무를, 동백꽃은 백련사 뒤편으로 고개를 넘어가는 다산초당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로 대표적인 곳들을 살펴줌으로써 여행하는 기분도 들고, 한시에 맞게 선조들의 발자취를 지켜보면서 그들의 숨결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사랑한 꽃은 진달래이다. 진달래꽃이라는 시를 통해서만 진달래 꽃이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었다. 신라말에서부터 조선초기의 시를 읽으면서 진달래라는 것이 비단 서민의 슬픔을 상징으로 한 것이 아니라 매화를 뒤이은 진정한 봄의 상징으로서 일찍부터 사랑받아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진달래꽃의 새로운 발견이라고나 할까?... 이제 곧 봄이 올텐데 진달래꽃이 만발한 언덕을 걸으며 봄을 느낄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