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
루스 피츠모리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공상이 멋진 이유는 당신이 생각하는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로 갈 것인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35p)

어린 시절부터 공상을 좋아했던 그녀는 이제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운동신경질환과 함께 3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이먼의 아내이다.
그녀에게 있어 공상은 현실을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그 탈출구였던 공상마저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일상을 글로 써내려갔고 그것이 이렇게 책으로 출간이 되어 우리의 곁에 온 것이다.

<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
제목이 뭉클함과 감동을 주었다.
읽고 싶었다. 끝이 정해진 이야기일지라도 덤덤하게 그녀가 써 내려간 글을...
바다와 나무가 자신의 친구가 되어주고 아이들이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주면서 겪어보지 않고는 감히 이해한다거나 공감하다라고 말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그녀와 사이먼의 이야기는 결말이 뻔함에도 그 뻔함이 더 가슴아픔으로 다가왔다.

사이먼이 죽음과 그토록 가까이에서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는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오만함 같다. 무디고 건강한 몸을 가진 내가 대체 무얼 알까? 그의 내면에 도대체 무엇이 감춰져 있을지 어떻게 알까?
(126p)

그녀는 사이먼의 고통이 어느 정도일 지 모른다. 그건 당연한 것이 아닐까?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래서 그녀는 사이먼이 늘 누워 있던 침대자리에 누워서 그가 하는 것처럼 움직임이 없이 눈동자만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따라해보면서 그의 고통을 잠시나마 느껴보는 대목에선 나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아이들과 그녀 주변에서 비슷한 아픔을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걱정이 많은 큰아들에게 일어난 일이 어쩌면 그 아이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일 수 있다 말하기도 하고 자신의 집에선 잃어버린 신발이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고 말하며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 헤매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웃음짓기도 했다.

이 작품은 지나치게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서술 구조를 띄지도 않았으며, 사이먼과 아이들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 펼친 자연과 관련한 그녀 자신의 감정을 담아낸 자서전적 에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사랑하는 이와의 추억과 그런 그를 떠나보내야하는 정해진 시간안에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의 소용돌이들을 작품 속에 잘 표현되어 있었던 작품이 아니였나 생각해본다.

누구나에게나 끝이 있다.
그 끝이 얼마나 빠르냐 느리냐의 차이로 인한 준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있을 뿐.
끝이 정해져있음을 알지만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내 자신은 담담히 이별과 상실의 아픔을 견뎌낼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하는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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