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끝, 예수의 시작
카일 아이들먼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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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끝, 예수의 시작>이란 이 책은 <팬인가 제자인가>란 저서의 저자로 유명한 카일 아이들먼의 저서로, 정성묵 선생께서 번역한 번역서다.

 

나는 기독교 출판사에서 편집인으로 근무한 경험 탓인지, 번역서를 받아들면 제일 먼저 걱정이 앞선다. ‘이 책은 과연 원서 그대로의 내용을 잘 담고 있으면서도, 독자들에게 가독성 있게 잘 번역되었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물론 이런 나의 노파심은, 전문적인 신학 서적보다는 신앙 서적에서 좀 더 자유롭다. 하지만 아무리 신앙 서적이라고 해도,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번역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원서의 의미나 느낌 등을 잘 전달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번역서에 있어서 번역은 참으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번역서에 한해서는 내용보다 앞서, 번역이 잘 되어 있는지를 살핀다. 다행스럽게도 이 번역서는 독자가 읽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고, 저자의 느낌이나 문체적인 뉘앙스까지 비교적 잘 전달하는 좋은 번역서라는 생각이 들어 매우 기뻤다.

 

책의 내용은 비교적 단순한, 한 가지 주제에 포커스를 둔다. , 책 제목에서 잘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끝에서, 즉 인간이 고난이나 절망, 한계의 순간을 만나, 포기하고 절망하고 있을 바로 그때, 그 인간의 빈자리에, 주님이 오셔서 일하시고, 그 빈자리를 채워 주신다는 것이다.

 

이 단순하지만 성경적인 이 주제를, 저자는 무척 유쾌하고도, 재치 있는 문체로, 그리고 자신의 연약한 내면과 모습까지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까지 매우 진솔하게 담고 있다. 이런 진실의 힘이 독자들에게 전달되어, 저자의 마음과 독자의 마음이 이어지고, 독자들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하고, 이 단순한 주제에 대해,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 주제는 크리스천으로 신앙생활을 오래해 온 사람들에게는, 매우 획기적이라거나 참신한 주제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단순한 명제, “나의 끝이 곧 주님의 시작이란 명제는, 크리스챤들에게 매우 익숙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약할 때 강함 되시는~>이란 가스펠 송까지 나왔을까?’

 

하지만 이 익숙하고도 단순한 주제를 담은 이 책이 이토록 우리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 우리의 내면에 대해 다시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 것은, 그동안 그 진리에 대해 우리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우리의 내면 깊숙이, 또는 존재 자체로는 받아들이거나, 그 진리가 우리에게 몸소 체화되지는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익숙하게, 머리로 알고 있는 하나의 성경적 주제를,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게끔 도와 준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비교적 짧은 분량의 책이었지만, 내 마음을 적시고, 뒤흔드는 구절, 그동안의 나를 철저히 회개하게끔 하는 구절들이 많이 있어, 그 구절들을 하나씩 포스트잇으로 붙여보았더니, 책을 다 읽고 난 후 포스트잇으로 아주 빽빽하게 붙은 내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내용들을 함께 나누고 싶어 적어 보겠다.

 

예수님의 도움을 받기 위해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우리의 무기력을 그분 앞에 내려놓는 것뿐이다. 우리의 끝에 이르면 바로 그곳에서 그분이 우리를 만나 주신다.”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시간이 있기는 하다. 그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한 번만 더 해 봐라. , 이번에는 네 힘이 아니라 내 힘으로 해라. 아직 늦지 않았다.’

 

무기력한 현재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저 도움을 요청하기만 하면 된다. 무력할수록 더 좋다. 무력할수록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도움에 더 마음을 열 테니. 우리 자신의 끝이야말로 주님이 우리를 만나 주시는 지점이다.”

 

나의 끝에 이른다는 건 예수님을 따라 묵은 잘못에 대한 죄책감과 수치심의 끝에 이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우리의 지난 성적표를 찢어 버리고, 새 목적을 가진 새로운 출발을 주신다.”

 

당신의 탈락 요인이 하나님께는 합격 요인이 된다.”

 

하나님은 소심함을 취급하지 않으신다. 성령에게서는 언제나 담대함만 나온다. 하나님은 우리의 부족함이나 아쉬운 과거를 따지지 않으신다. 용기가 없는가? 하나님이 주실 테니 걱정하지 마라. 말주변이 없는가? 하나님이 할 말을 채워 주실 테니 걱정하지 마라.”

 

하나님은 우리의 실패작을 그분의 걸작으로 바꾸기를 즐겨하시는 분이다.”

 

우리의 약점이야말로 하나님의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완벽한 배경이다. 탈락 요인들은 다 하나님 앞에 내려놓으라. 당신 자신의 끝에 이르라. 그곳이야말로 하나님께 온전히 쓰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니.”

 

우리의 약함은 하나님이 강하심으로 채워 넣을 공간을 만들어 낸다.”

 

하나님은 항상 강하시지만 우리가 약할 때 그 강하심이 분명히 드러난다.”

 

하나님은 우리가 약한데도 불구하고능력을 드러내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약함을 통해능력을 드러내신다.”

 

나의 끝이 진정한 삶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내가 죽어야 진정으로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 그리 하셨듯, 이 책은 역설의 진리를 이야기한다. 세상은 약함이 아니라 강함을 숭상한다. 또한 세상은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마라라고 가르치지만 복음은 네가 약할 때 그리스도가 빛나신다는 점을 알라라고 말한다.

 

이 짧은 책을 읽으며, 나도 다시금 이 주님의 말씀하신 이 역설의 진리를 다시 붙잡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날마다 내 자신을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죽을 각오를 하고, 주님을 따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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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삶은 매일이 새로운 좁은 문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즉 자신에 대해 매일같이, 완전하게 죽겠다는 끊임없는 선택이 수반되어야 한다. 특별히 나에 대해 죽는 삶은 정말 보기 싫은 사람들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심지어 내게 상처를 준 사람들까지 섬길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은 공감을 넘어, 나를 깊은 반성과 회개의 시간을 이끌어갔다.

 

결코 쉽지 않은 이 좁은 길, 십자가와 자기 부인의 길, 나의 힘만으로는 결코 할 수 없음을 알기에, 또한 그 길만이 진정으로 내가 사는 길이며, 그리스도 안에서의 참되고 풍성한 삶을 찾게 되는 길임을 깨닫게 되었기에, 나는 날마다 죽는 이 삶, 곧 매일의 결단과 함께 매일의 실천이 뒷받침되는 이 길을 걷고 싶다고…….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주시고, 저의 매일의 삶 가운데 찾아와 주시고, 붙들어 달라고 기도하면서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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