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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한국사 1 : 선사 시대부터 남북국 시대까지 - 시대가 보이고 세계가 열리는 ㅣ 판타스틱 한국사 1
이광희 지음, 이경국 그림, 정태윤.우현주 감수 / 파란자전거 / 2017년 5월
평점 :
책을 좋아해서 왠만하면 점수가 후한 편이지만,
판타스틱 한국사는 별 다섯 개 충분히 받고도 남는다.
책의 후반부는 대부분의 역사책이 그러하듯
고조선,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왕계표와
한국사와 세계사를 비교할 수 있는 연표,
찾아보기 목록 등이 나와 있고,
첫부분은 '나라를 처음 세운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일반 역사책과 달리,
판타스틱 한국사의 특징은 사진, 자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흐름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 위주로 씌여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림이나 지도가 전혀 안나오는 것은 아니고,
한 단락을 들어가면서 앞부분에 전쟁, 영토 확장 등이 표시된 지도가 있고,
그 즈음,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에서 일어난 중대한 사건들이 연도별로 나와있다.
그리고 판타스틱 한국사가 매력적인 이유는,
한국사의 흐름만 읽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세계를 함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마시대는 세계사 과목에서 나오니까, 따로 떼어 놓고 생각했는데,
카이사르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이집트, 터키 일대에서 활약하던 시대에
만주와 한반도에서는 나라를 세우고 본격적인 삼국 시대가 열렸다는 이야기를 함께 해주니까
세계가 연결되고 바라보는 시야가 더 넓어지는 느낌이다.
세번째 특징은, 한 사건을 두고 한/중/일의 시각을 골고루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이미 왕선생에게서 고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온 토리.
왕선생은 '고조선이 한나라의 지방 정권 중 하나'라고 했다고 하였으나,
책 속 이 작가는 전쟁 후 사령관들이 참형에 처해진 사실을 두고 볼 때
한 무제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객관적으로 알려준다.
'생생 한중일 역사 토론'이라는 코너에서는
이 작가, 나카무라 상, 왕 선생이 함께 토론을 하면서
각 나라의 입장에 대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냥 선생님이 강의하는 형식으로, 혹은 아버지가 자녀에게 역사 이야기 해주듯 해도 될 텐데,
왜 '토리'라는 외계 소년을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엮어갈까 궁금했는데,
어쩌면 제 3자의 입장에서 묻는, 엉뚱하지만 객관적인 질문을 통해
편협한 역사관을 벗어나 넓게 볼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네번째 특징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에 더하여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인과적 사실을 인물과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다.
죽을 길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고구려와 왜에게 도움을 청했던 김춘추.
백제에게 딸을 잃은 원수를 갚아주고 싶었지만, 아무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하여 당나라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고,
교과서에는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의 세운 나라', '대조영', '해동성국' 등
단 몇 줄 밖에 나오지 않은 '발해'가 건국 되기까지의 시대적 상황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선사 시대에서 남북국 시대까지
역사적 흐름을 이야기 해 준 뒤에는
3분 특강을 통해 삼국인의 삶과 문화, 종교에 알려주고,
호동왕자, 온달, 흑치상지 등 인물에 얽힌 이야기가 나오는데,
오래되어 사실인듯 아닌듯 하지만, 인물에 대한 평가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고대사를 배우면서 꼭 외워야 하는 유적지가 참 많지만,
주인공과 토리는 삼국을 대표하는 유적지와 일본, 한 곳씩만 다녀왔다.
역사 시험을 위해 보는 책이라면 부족할 수 있겠지만,
핵심만 다뤘기에 머리에 더 잘 남는다는 장점이 있다.
작년 초 한국사 공부 할 일이 있어서, 여러 출판사의 역사책을 접해왔다.
그 동안 초등한국사, 만화한국사, 어른들이 읽는 한국사까지 수십권을 읽으면서
술술 읽히는 게 있고, 진도가 안나가서 구매했지만 아직 반도 못읽은 책도 있다^^;;
학교 다닐 땐, 외워야하는 연도, 인물, 사건, 유적지.. 그런 것들 때문에
역사가 너무 힘들고 싫었는데, 그런 부담없이 기존에 알고 있던 단편적인 역사 정보가
하나로 이어지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하며 이해가 되니까 너무 재미있다.
책에 소개된 이 설명이 딱 맞다.
여러 분야가 융합되고, 랩까지 즐길 수 있으며, 세계 속 한국사.
초등 고학년부터 어른까지 소설을 읽듯 재미있게 푹 빠질 수 있다.
2권과 3권도 꼭 읽고 싶다. 3권이 강화도 조약까지 나오는 걸 보면,
추후 4권도 나오려나? 아무튼, 출판사가 낯설어서 망설이다 신청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한국사 책 중에서 진심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