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얘기가 왕 얘기보다 훨씬 재밌다. 아니면 사랑 얘기라서 재미있었을 수도 있고.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세번째 작품 <리어왕>
맥베스, 오델로에 비해 리어왕이 메인 멤버인 이유를 알겠다. 앞의 두 작품은 단선적인 이야기로 펼쳐진다면 리어왕은 두 가지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스토리가 완성되어 간다. 주 서사는 리어왕과 그의 세 딸들의 이야기, 부서사는 글로스터 백작과 그의 두 아들의 이야기.
지난번 인간의 심리? 감정? 하나씩을 비극의 소재로 쓴 거 같다고 말했는데, 이번에도 거기에 끼워 맞춘다면 보편적으로 평가받듯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까지 읽고는 생각이 좀 바뀌었는데, 결국 모든 비극은 팔랑귀 때문에 이루어졌다. 어두운 판단력이라고 해도 좋고, 자신을 믿지 못함이라고 해도 좋고. 가장 와닿는 표현은 인간의 ‘어리석음‘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비극이 결국은 누군가의 거짓 정보(?)를 너무 믿은 탓이었다.
맥베스는 요정의 예언을 믿고 살인도 서슴지 않았고-그게 사실이었다면 아무 것도 안해도 왕 되는 거 아님?
오델로는-진짜 바보 멍충이 같이-신하의 말을 믿고 아내에 대한 의심을 품었고
리어왕 또한 나중에 보면 막내딸이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줄 알았다고 나온다.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교언영색을 하지 않았단 이유로 불같이 화를 내며 유산 상속 없이 쫓아낸다.(이래서 유산 먼저 주는 거 아니란 말이 나왔구나...) 아니, 지(요즘 최고 권력자를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 생각에 막내딸이 사랑하는 거 같으면 그냥 주면 되지. 뭘 묻고, 자기가 원하는 대답 안해준다고 화 내고. 에효.. 나이는 뭘로 먹는건가.
(잠깐 옆길이지만, 진정한 어른은 아랫사람의 투덜거림을 받아주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 있었던 일. 나도 힘들다고!!라고 외치고 싶었다.. 흑흑...) 아무튼 그 글로스터도 그래, 평소엔 뭐 별로 사랑하지도 않는 아들이 연기 좀 하면서 몇 마디 했다고 아들이 자기를 배신했니 어쨌니 하면서 알아볼 생각도 안 하잖아. 암튼 고구마 100개는 먹는 기분이다. 4대 비극은 4대 화를 불러일으켜서 그런 거 같다. 남들 보기엔 내 인생에도 이런 게 있겠지? 나만 모르는 거? 이래서 명상 열심히 해야한다. 나도 모르는 나를 샅샅이 알고 싶다. 이것도 욕심이겠지만.. 말이 길었다. 이번주 금욜이 독서토론일이라 부랴부랴 읽음. 이제 대망의 <햄릿>만을 남겨 놓고 있다. 마지막 작품 고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