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작! 메타 인지를 보여줘서 너무 좋다! 움벨트라는 개념. 그게 있는지도 모르지만 작동하고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작업도 결국 그런 거다. 읽기의 틀이 뭘까 하는 것. <오징어와 프루스트> 다시 읽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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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다. 10월 4일이 반납일인데, 3일에는 내고 가야해서 막판 스퍼트로 읽는 중. 잔잔하게 흥미롭다. (& 두번째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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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 분류학의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을 일이야? 저자의 인문학적 능력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덜이켜보면이건 너무 쪼잔한 내용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그런 부분에서 재미를 느낀 것 같다. 도서관 책이 너무 낡아서 인지를 못했는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먼저 나왔고, 그 책의 성공에 힘입어 나중에 이 책이 번역되었다고 한다. 영어 못하는 나에게는 번역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그러니 번역을 잘 해주세요. 제발-모르겠다.
나의 창조론적 관점이 아직 깨지지 못한 것도 움벨트에 묶여 있기 때문이란 걸 처음 알게되었다. <종의 기원>을 읽고 싶다는 마음도 처음 들었고. 계통학의 역사를 살펴가며 물고기(어류)가 왜 존재하지 않는지도 완벽히 이해했다. 사실 그게 <물.존>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의미 있게 다가온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이 움벨트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지만, 저자는 여전히 우리에겐 움벨트가 소중하다고-특히나 종이 빠르게 소멸되고 있는 이 때에-그리고 타인의 움벨트를 받아들이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제발 모조품인 쇼핑몰 진열대의 물건 찾기에서 벗어나 실제 자연으로 나오라고 권하고 있다.
과학서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권하는 의미에서 철학서가 아닐까 싶다. 사실 나는 자연을 대상화하는 저자의 입장에서-도시의 새를 보고 아름다움에 침을 흘리거나, 범고래를 눈앞에서 보고 전율하는 등-벗어나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더 급진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지만, 자연에 이름 붙이는 과정의 역사가-대혼란과 대 투쟁-매우 흥미로웠고 왜 진화론이 과학으로 인정받는지를 구체적으로 알게되어 도움이 되었던, 내 틀도 더 넓어진 그런 책으로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잘 읽히게 잘 썼잖아. 요즘 뭘봐도 읽기 교육과 연결을 짓고 있는데-이러다 룰루 밀러같이 뭐 하나 걸릴까봐-인간은 계속 읽는 것에 뉴런이 더 잘 뻗어나가고 더 잘 이해하게 되잖아? 그러니 재밌게 쓰는게 중요. 난 과학 서적은 이제 꽤 많이 읽은 축의 사람이 되었는데(<종의기원>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역사에는 관심이 별로 없고 역사책 잘 안 보잖아. 그런데 재밌게 쓰여진 역사책을 만나게 된다면 거기서부터 조금씩 나아갈 수 있을 거 같아!(이덕무의 책에서 조금도 더 나아가지 못한 건 안 비밀. 끈을 놓친 것뿐!!)
글도 재밌고 얻은 것도 많아 행복한 책읽기였다! 그거면 됐지!!

매년 플로리다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우림이 파괴되고 있다고? 아하함, 하품이 나네. 종들이 멸종하는 속도가 인류가 끼어들기 전에 비해 100배 내지 1000배나 빨라졌다고? 하암, 하아암. 우리는 도무지그런 일에 신경을 쓸 정도로 각성하지 못하며, 생명의 세계는 우리와너무 멀어졌고 너무나 무관해 보인다. 우리는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그리고 이 지경에 와 있음을 깨달은 지금, 어떻게 여기서 탈출해야 할까? 이 책은 이 질문들에 답하고자 하는 나의 시도다. - P45
무엇도 알 필요가 없다는 것. 분자들, DNA만 알면 된다는 것. 심지어 분류학마저, 생명 분류의 과학마저 생명 자체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철저히 현대적인 과학에 전념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뎠다. 이는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것, 자연의 질서는 어떠하리라는 직관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을 다루는 과학이 새로운 과학적 자연 질서를 밝혀내게 된다는데 대한 전념이었다. 이제 움벨트를 완전히 저버리기까지 딱 한 가지 일만 남았는데,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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