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구로동에서 살아가는 작가와 작가 주변이 이야기를 담아냈다. 구로동의 모습과 그것을 관통하는 이야기, 자신이 체감한 구로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았다. 구로동에서 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생생한 구로동의 이야기가 편안한 시선 속에 흘러가는 부분이다. 2부는 구로동에서 일을 하거나 했거나 하게 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3부는 중국인 밀집 지역으로 알려진 구로동의 이방인과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담과 동네를 다니면서 느꼈던 수많은 변화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구치소였던 자리에 (고도제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초고층 아파트가 생겨나고 공단이 아닌 초고층 공장들이 들어서는 외적 풍경과 더불어 부모님이 말하는 구로동과 자신이 알고 있는 구로동의 간극, 노동과 민주 운동에 대한 생각까지 더듬어볼 수 있다.
구로동을 외부의 매끈한 시선으로 훑어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내부의 날 것 그대로의 시선에서는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라면 구로공단 시절과 변하지 않는 사회의 태도를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산업 역군으로 치켜세우면서도 노동 환경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며 노동 환경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면 목소리를 누르기에 바빴던 것은 디지털산업단지로 명칭이 바뀌고 초고층 건물들이 세워진 다음에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산업 단지의 구성원이 젊고 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일자리 창출이 이어진다는 점은 역동성의 요소로 여겨지지만 비정규,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는 노동 환경을 보면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