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연금책 - 놀랍도록 허술한 연금 제도 고쳐쓰기
김태일 지음,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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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받아서 문제인가

많이 받아서 문제인가?

위기에 빠진 한국 연금 제도의 현주소!

우리만 몰랐던 이상한 연금, 그 불편한 진실을 만나다

불편한 연금책

연금개혁에 대한 논쟁과 갈등이 뜨겁다. 국민연금의 고갈에 대한 불안과 함께 사각지대가 넓어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할 거라도 불안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법에 의하면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 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재정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3년에 첫 추계가 이뤄졌기 때문에 끝자리가 3과 8인 해마다 추계 결과와 필요한 조치를 발표한다. 그래서 계속 의구심과 불안에 둘러싸여 있던 연금에 대한 불만이 현재 뜨겁게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보험료율, 수급개시연령, 소득대체율 등의 구체적인 수치가 빠져 있어서 '맹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금개혁을 이끌 유일한 협의 기구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다.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1기, 2기를 지나 현재 3기 출범을 하고도 보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 구성을 포함해 세부 일정과 절차 등 운영 전반에 대한 설계도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는 국회에서 열린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연금 모수개혁 대안’을 발표한 적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개혁안은 보험료율을 13%로 현재보다 4% 포인트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7.5% 포인트 올리는 내용으로, 보험료를 더 내는 대신 수급 개시 연령이 되었을 때 연금을 더 주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개혁안은 보험료율이 15%로 6% 포인트 올라가지만 소득대체율은 오히려 40%로 2.5% 포인트 떨어지는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이다. 만약 이 개혁안을 시행했을 경우 월 300만원을 버는 가입자의 보험료가 27만원에서 45만원으로 오른다.

개혁안을 두고 젊은 세대에서는 '연금제도 유지를 위해 지나치게 미래세대에만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료율을 올리는 연금개혁이 이뤄진다면 수급 개시연령에서 멀어질수록 인상된 보험료를 내야 하는 시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성세대의 연급 수급액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금개혁은 미래세대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현재 최악 수준인 노인빈곤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연금개혁은 대다수 사람의 노후 소득, 그리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가장 중요한 복지와 재정 과제이며 중간에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받아 완성해야 하는데 현재 정치 상황을 보면 연금개혁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불편한 연금책》의 저자 김태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오늘날 인터넷과 에스앤에스를 떠도는 국민연금에 관한 이야기들은 사실일까? ‘일부는 진실이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연금을 잘 모른다. 우리가 더 잘 알수록 연금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라는 대답을 내놓고 있다. 저자는 연금 개혁이 우리를 더 나은 사회로 데려갈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다양한 연금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운영 방식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거기에 연금이 우리의 노후를 보장하려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갈등과 불만이 뜨거운 이유는 국민연금이 지닌 한계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짧고 사각지대도 넓어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현재의 연금은 내는 것의 두 배를 노후에 받도록 설계되어 있는 구조로 인해 노령화와 저출생으로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노년층은 노후 보장에 턱없이 적은 액수가 불만이고,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부담할 몫만 커지고 혜택은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 불만이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한계에 대해 저자는 좀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랫동안 보험료를 내게 해서 재정을 튼튼히 하고/ 취약 계층과 사각지대를 없애서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게 하고/ 보험료를 올리고 나중에 받는 돈은 줄여 재정 건전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퇴직연금, 기초연금 등을 개선하여 충분한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미래 기금 등을 통해 세대 간 공정성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개혁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가입 기간 늘리기’를 강조하면서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몇 가지를 내놓고 있다. 가입 상한 연령을 높이기. 군 복무 기간 전체 인정하기. 출산 크레딧 확대하기. 18세 자동 가입하여 납부 기간 늘리기. 싱업 크레딧과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하기. 거기에 국민연금 개혁만으로는 연금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는 인구 변화에 대응해 기금의 재정 안정성을 유지하고 세대 간 공정성 확보가 시급한 시기에 도달해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개혁안 표류와 맹탕 개혁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정작 시급한 문제가 물에 떠있는데 노를 다른 곳으로 저어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다.

현재 연금이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를 들으며 불안감이 커졌지만 정작 연금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연금과 연금개혁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연금개혁과 관련된 불안과 진통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삶에 정말 중요한 문제들에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에서나 사회 일반에서 일상적으로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해졌다.

마지막으로 책에 나오는 '코끼리 옮기기' 비유가 현재 연금개혁 논쟁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문장을 옮겨보고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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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연금 개혁은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된다.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까 단단히 뿌리내린 탓에 개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옮기려 했으나 꼼짝하지 않은 탓에 결국 제자리에 머문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코끼리에 밟혀 죽은, 즉 정권이 바뀐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렇다고 제 역할을 못 할 뿐만 아니라, 그대로 두면 병들어 죽을 게 뻔한 코끼리를 방관만 할 수는 없다. 힘들어도 옮겨야 한다. 그리고 기왕에 옮기기로 했으면 성공해야 한다.

/ 불편한 연금책/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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